4·15총선이 끝나자마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행보가 분주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번주 중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 한명숙(韓明淑) 김진애(金鎭愛)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회동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또 신기남(辛基南) 김명자(金明子) 선대본부장, 김원기(金元基) 조세형(趙世衡) 선대위 고문과 문희상(文喜相)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 정당득표율로 보면 ‘與小野大’
이에 앞서 총선 투표일인 15일 오후 정 의장과 단독회동을 가졌고 16일에는 김혁규(金爀珪) 대통령경제특보, 17일에는 김원기 고문, 문희상 전 비서실장, 유인태(柳寅泰)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통합의 정치, 상생(相生)의 정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통합정치와 개혁드라이브의 병행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2기 내각 개편 방향은=청와대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 소추를 기각할 경우 집권 2기 국정운영을 위해 대규모 내각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청와대측은 “총선이 끝났지만, 대통령이 아직 ‘피고인’ 신분인데 무슨 개각 얘기냐”고 펄쩍 뛴다. 그러나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헌재 탄핵심판 결정과 함께 총리직에서 물러날 뜻을 이미 밝힌 바 있어, 총리를 포함한 내치(內治) 분야 장관들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팀과 안병영(安秉永) 교육부총리는 기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체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부총리 승격이 예정돼 있는 오명(吳明) 과학기술부 장관을 비롯해 3부총리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총선 결과 다수정파에 총리지명권과 내각의 상당수 장관 추천권을 넘기겠다는 노 대통령의 구상도 열린우리당이 1당을 차지함에 따라 의미가 없어졌다는 게 청와대 내의 중론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당초 노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개헌저지선(100석)을 확보하지 못할 때에는 권력 분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야당에 총리지명권과 다수 장관직을 넘겨줄 생각이었다”며 “여당이 1당이 된 만큼 권력 분점은 어렵겠지만, 상생 정치 차원에서 내각 구성에 융통성을 두고 야당인사의 입각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당-청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정무장관직 신설과 같은 정무기능 강화방안을 검토 중이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낙선자 배려 차원의 입각 주장과 함께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청와대측은 “지금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힘 실리는 정부조직 개편=정부조직 개편 문제는 탄핵사태나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통령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주도로 조용하게 추진돼 왔다.
이미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상당부분 작업이 끝났고, 여당이 안정의석을 확보함으로써 국회에서의 정부조직 개편 관련 입법은 큰 문제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관계자는 “일부 하드웨어에 손을 대겠지만, 소프트웨어 개혁이 더 중요하다”며 “공직사회의 안정 차원에서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하드웨어 부분의 개편은 △외교통상부 산하 통상교섭본부의 분리 △과기부 장관의 부총리 승격 및 국가 과학기술 분야의 기획 조정 평가권 부여 △금융감독기구 통합 수준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