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시비오톱 연구센터 김철민 대표(앞쪽)와 직원들. -장강명기자
“서울 옥상은 우리 거다.”
한국도시비오톱연구센터가 입주한 서울 강남구 수서동 로즈데일빌딩의 한쪽 벽에 붙어 있는 문구다.
이 연구센터 김철민 대표(42)는 원래 경동보일러의 총무담당 임원이었다.
“회사가 분당에 신사옥을 내면서 사무환경개선추진팀장을 맡게 됐습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책을 읽다가 옥상에 정원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지요.”
1998년, 옥상 정원이라는 개념이 생소하기만 할 때였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영진을 설득해 이듬해 문을 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경동보일러 사옥 옥상의 ‘하늘동산 21’은 지역 주민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역 명소가 된 것은 물론 경기도가 운영 예산을 지원하게 됐다.
하늘동산은 단순히 옥상에 있는 잔디밭이 아니다. 경동보일러 분당사옥을 찾는 사람들은 습지에서 자라는 81종의 식물종과 개구리, 잠자리, 메뚜기, 먹파리, 노린재를 볼 수 있었다.
“160평 남짓한 공간에 사람들이 감동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002년 6월 김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경기 양평의 들꽃수목원 사업부장으로 갔다. 식물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난해 4월 4월 경동보일러에서 함께 일하던 직원들, 들꽃수목원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한국도시비오톱연구센터’를 차렸다.
“비오톱(biotope)은 소생물권(小生物圈), 즉 작은 생태계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사람 눈에 보기 좋은 조경이 아니라 실제로 잠자리와 개구리가 살고 번식하는 그런 공간을 말합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많은 돈을 들여 조성한 도심공원이나 아파트단지에 있는 가든형 연못이 실제 야산보다 쾌적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거기에서 실제 자연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개구리가 살려면 잡풀이나 덤불숲이 있어야 하는데 조경업자들이 깔끔한 게 보기 좋다며 잔디를 심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 곳에서 곤충을 비롯한 생물은 살지 못합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일산3동 동사무소,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세광교회, 서울 양천구 목동의 종로엠학원 등 지난해 한국도시비오톱연구센터가 만든 옥상생태공원에는 모두 이런 철학이 바탕에 있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이런 사업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을 절약하라거나 쓰레기를 분리하라는 말을 듣는다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 게 아니거든요. 자연은 직접 보고 느껴봐야 합니다.”
이런 비오톱 조성사업은 도시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데에 저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건물 옥상의 생태공원이나 초등학교의 작은 숲은 하나씩만 떼어놓고 보면 작지만 서로 연결된다면 큰 생태 네트워크가 됩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