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교한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가 머리가 아프거나 온몸이 가렵고 피부염 증세 등을 나타내는 이른바 ‘새 학교 증후군’이 새로운 환경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인적자원부의 의뢰를 받아 5월부터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실내환경 등을 조사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정말 적절한 대처다.
새 학교 증후군이란 ‘새 집 증후군’과 같이 건물 환경과 관련된 건강문제다. 즉 새 교사의 건축자재에서 유해 화학물질인 포름알데히드나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방출되면서 두통, 눈 따가움, 코막힘, 아토피성피부염, 천식과 알레르기성질환 등을 일으키는 증세다. 새 학교 증후군이나 새 집 증후군은 미국에서 1980년대, 일본에서는 1996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원인은 건축 내장재뿐 아니라 쓰레기 소각 시 발생하는 가스, 먼지를 비롯해 화장품, 향수, 담배, 주방연소가스, 인쇄물의 잉크 등에서 나오는 유해화학물질 등 다양하다. 전자파나 곰팡이가 이런 증후군을 일으키기도 한다.
필자도 오래 전부터 성장기 학생들이 학교내 유해화학물질 등에 노출돼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으나 최근 알레르기성 질환이 급속히 느는 등 환경문제가 계속 악화돼 서둘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초등학생 400여만명 중 천식을 앓는 10% 내외는 실내공기의 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환경부는 5월말부터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을 시행해 새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실내 공기의 질을 입주 전에 측정해 공고하도록 하고 유해화학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건축자재의 사용을 제한하게 된다. 그러나 학교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학교는 환경부의 관리시설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학교보건법은 교실 안의 공기오염에 대해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기준만 설정했을 뿐 구체적인 판정과 관리 기준이 없고 각급 학교의 설립, 운영 규정도 교사의 내부환경기준으로 실내 밝기와 소음 온도 등만 적시했을 뿐이다.
미국 환경청은 학교 실내환경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며 그에 따른 행정 조치도 매우 강력하다. 모든 학교를 조사해 석면 같은 유해물질이 포함된 건축자재로 지어진 경우에는 건축자재를 대체하거나 아예 이전 또는 신설토록 할 정도다. 일본에서는 최근 신설 학교에서 새 학교 증후군이 나타나자 공기오염도를 측정해 학생과 학부모가 안전하다고 인정했을 때 비로소 등교를 허가한 바 있다.
서울교육청의 이번 학교 실내환경 조사는 준비단계에서 환경부의 실내공기유지 기준항목과 권고기준항목 등을 포괄적이고 심도있게 분석해 실내 공기오염물질의 종류, 조사 시기, 측정분석방법 및 판정 기준 등을 세부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또 이 같은 조사는 단기에 끝낼 게 아니라 전문가들이 참여해 과학적 표본을 기초로 2∼3년에 걸쳐 장기적이고 포괄적으로 연구해야 학교보건법의 세부 규정을 제대로 확립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공기오염뿐 아니라 고압선이 지나는 학교에 대한 전자파노출 측정조사도 함께 수행해 향후 학교 주변 환경까지 고려한 학교의 시설 및 설립 기준이 마련됐으면 한다.
김윤신 한양대 교수·한국실내환경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