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는 텅 빈 채 적막에 싸여 있었다.
1년 365일 북적대는 대변인실도 ‘터줏대감’인 장전형(張全亨) 선대위 대변인만 홀로 출근해 간간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있을 뿐이었다. 출입 기자 20여명이 “‘물’(당직자)보다 ‘고기’(기자)가 더 많네”라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당사를 지키고 있었다.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총선 참패를 확인한 15일 저녁 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뒤 아예 당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17일 오전 예정됐던 당 지도부와 당선자 9명의 상견례도 ‘참석률이 극히 저조할 것’이란 이유 때문에 취소됐다.
민주당은 4·15총선에서 참담한 패배를 했다. 국회 의석의 22.5%인 61석(지역구 42석+전국구 19석)이 전체의 3.0%인 9석(지역구 5석+전국구 4석)으로 줄었다.
“평화민주개혁세력의 50년 본산인 민주당을 살려 달라”는 추미애(秋美愛) 선대위원장의 간절한 3보1배 호소도 국민이 외면한 것이다.
민주당의 몰락은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28일 조 대표 체제 출범 직후 정당 지지도 1위까지 올랐던 민주당 지도부가 한 일을 혹평하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비판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민주당은 ‘지상 최고의 배신자’라고 비난하던 노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했지만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는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호남 중진 물갈이’나 ‘개혁 공천’도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국민의 눈엔 그런 민주당이 ‘침몰하는 배에서 바람 빠진 구명조끼를 놓고 다투는 모습’으로 비쳤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선 그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당이 다시 소생할 수 있느냐도 ‘왜 참패했느냐’를 냉정히 따져보는 데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성 정당과 차별성 있는 ‘개혁적 면모’를 통해 제3당으로 급부상한 민주노동당이 민주당엔 귀감이 될 듯하다.
부형권 정치부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