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보아가 18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 무대에서 짧은 치마와 야구 모자 차림으로 소녀 이미지를 자아내며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우주인 로봇 ‘아시모’가 등장해 우주선 안에 있는 가수 보아(18)를 밖으로 안내한다. 우주선 문이 열리자 무지개 색 가발과 하얀 두건형 모자를 쓴 보아가 누운 채 히트곡 ‘더블’(Double)을 부르기 시작한다. 그 순간, 1만3000여 관중의 함성이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를 가득 메웠다.
이렇게 등장한 보아는 18일 오후 2시간 가까이 열정적 무대를 선보였다. 그는 공연 마무리에서 ‘필 더 세임(Feel The Same)’을 따라 부르는 팬들의 성원에 감격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보아는 이날 다양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어메이징 키스’와 ‘러브 앤드 아네스티’를 부를 때는 짧은 치마 차림의 소녀가 됐다가 ‘미드나이트 퍼레이드’ ‘록 위드 유’에서는 파워풀한 댄스와 함께 섹시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검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노래하면서 소녀티를 벗어 던지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는 15억원을 들인 우주선 무대 세트 외에도 형광 지팡이를 이용한 춤, 스크린 속에 한꺼번에 등장하는 6명의 다른 보아 등 볼거리가 다양했다.
공연은 일본 5개 도시 순회 ‘라이브 투어 2004-러브 앤드 아네스티’의 피날레였다. 지난달 20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를 출발해 나고야, 후쿠오카, 오사카를 거쳐 요코하마 공연까지 모두 9회에 걸쳐 10만5000여명이 그의 공연을 봤다. 당초 5회 공연을 계획했으나 티켓이 발매 당일 매진돼 4회를 추가했다. 티켓 매출액 70억원 외에 티셔츠 등 캐릭터 상품 판매를 합치면 총매출액은 90여억원에 이른다.
공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보아는 “지난해 5회에 걸친 일본 투어를 하면서 폐활량이 크게 늘었고 2시간 동안 무대에서 강약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 여유 있게 무대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며 “이번 투어는 100점 만점에 9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평했다.
10대 후반인 그에게 이젠 ‘섹시 코드’를 발견하는 팬들도 많다. 보아는 이에 대해 “아직 10대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 아직은 섹시하게 비춰지는 게 싫다”며 웃었다.
콘서트 장에는 50대 중년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에서 보아는 젊은층뿐 아니라 50대 이상의 팬들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 보아의 콘서트를 두 번째 본다는 재일동포 안순미씨(22)는 “보아는 예쁘고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지만 무엇보다 다른 일본 가수들에 비해 팬들에게 친절한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SM 엔터테인먼트 저팬의 구리타 히데이치 사장은 “일본 팬들이 보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음악적 실력은 물론 일본 가수들에게서 찾기 어려운 순수미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순회 콘서트를 마친 보아는 5월초 대만 ‘골든 멜로디 어워드’에 시상자 자격으로 참가한 뒤 한국에서 6월초 발표할 4집을 준비한다.
요코하마=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