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철회 문제가 총선 이후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열린우리당측이 탄핵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한나라당측에 대표회담을 제의했는가 하면, 민주노동당 역시 노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지하고 엄숙하게 사죄하는 것을 전제로 탄핵철회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탄핵 철회는 법적 정치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헌법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나 심판에 관해서는 규율하고 있으나 철회에 대해선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탄핵심판절차에는 형사소송법의 절차가 준용되므로 공소의 취소에 준해 철회할 수 있다는 게 합리적인 법 해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탄핵철회가 소추위원들의 권한에 의해서가 아니라 탄핵을 의결한 국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의결정족수가 논란거리가 될 수 있으나 탄핵 의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반면 그 철회는 일반 안건과 같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의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하나의 법적인 쟁점은 16대 국회가 결의한 탄핵소추를 17대 국회가 철회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문제다. 16대 국회의 모든 안건은 임기만료와 더불어 종료되기 때문에 그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16대와 17대의 임기구분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회의 영속성이다. 과거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대해 새 국회가 개폐 권한을 갖는 것도 바로 국회의 영속성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탄핵소추의 철회는 정치적으로 실현가능할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 여당은 탄핵소추를 의결한 16대 국회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철회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지리멸렬한 16대 국회의원들이 다시 ‘겸연쩍은 자리’에 모여 ‘고상한 모습’으로 그런 의결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면 17대 국회가 개원 후 의결하는 것은 가능할까? 이 역시 여야가 사전에 대타협을 이루지 못하면 결코 용이하지 않다. 오히려 17대 국회 벽두부터 이 문제가 정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며, 그렇게 되면 모처럼 상생의 정치를 기대하던 국민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 줄 것이 분명하다.
결국 해법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헌재가 탄핵심판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최대한 도와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탄핵문제는 ‘헌재 흔들기’가 아닌 ‘헌재 살리기’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우선 야당 지도부는 소추위원과 대리인들을 설득해 ‘불필요한’ 증거조사와 증인심문을 포기케 해 헌재가 빠른 시일 내에 결심과 선고를 할 수 있도록 리더십를 발휘해야 한다. 여당 또한 이것이 가능하도록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와 탄핵 이전과 다른, 확고한 국정운영의 입장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은 총선에서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여당의 과반수 의석과 거여 견제에 충분한 야당세력을 마련해 주었다. 또 야당의 견제에는 오른쪽만이 아닌 왼쪽의 날개도 달아주는 절묘한 선택을 했다. 이제는 정치권이 이런 윈-윈의 해법을 국민에게서 배울 때다.
김성수 연세대 교수·공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