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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성규/쿠엘류만의 책임인가

입력 | 2004-04-19 18:48:00


임기를 3개월여 남기고 중도 퇴임한 움베르토 쿠엘류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회의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진사퇴가 아니라 축구협회와의 합의에 의한 계약 종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인내가 필요하다” “책임을 준 만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대표팀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분위기에 대한 억울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격적이었다. 쿠엘류 전 감독은 지난달 31일 세계 랭킹 140위권의 몰디브 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기회를 한 번 더 달라”며 감독직 수행의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말로만 자진사퇴고 내막은 문책성 경질이라는 말이 나온다. 몰디브전 이후 여론이 나빠지자 축구협회가 퇴진 압력을 넣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협회측은 굳이 자진사퇴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진국 기술위원장은 “16일 오전 쿠엘류 감독이 면담을 요청했을 때 이미 그만두겠다는 마음을 굳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술위는 감독 선임과 대표팀 운영에 관한 전권을 행사한다. 쿠엘류를 감독으로 뽑았으면 그가 요구하는 훈련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 또한 기술위가 할 일이다. 쿠엘류 전 감독은 “히딩크 감독 때처럼 지원을 해 준다면 후임 감독이 충분히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 것을 간접적으로 성토한 대목이다.

기술위는 “쿠엘류 감독 조기 퇴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5월 초 이사회에 기술위원들의 재신임 문제를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말 책임을 느낀다면 쿠엘류 감독과 함께 사퇴 발표를 했어야 옳았다.

앞으로 새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 오더라도 마찬가지다. 요구하는 선수를 뽑아주지 못하고 충분한 훈련을 보장해 주지 못하면 제2, 제3의 쿠엘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김성규 스포츠레저부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