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를 맞은 여성들이 뚱뚱해지는 원인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의 감소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폐경기 여성을 위한 비만 치료제가 조만간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부 산하 생체기능조절 물질개발사업단은 19일 미국 조지타운대 의대 다렌 로슈 박사팀과 공동으로 폐경기 여성의 비만 원인을 규명해냈다고 발표했다. 로슈 박사팀은 이 연구결과를 같은 날 미국생리학회에서 발표했다.
에스트로겐은 난소에서 형성되는 대표적인 여성호르몬이다. 체내에서 α와 β수용체 등 두 가지 수용체와 결합해 월경 등 생리작용을 일으키며 폐경기에 이르면 분비가 감소된다.
연구팀이 생쥐의 난소를 제거해 에스트로겐의 분비를 막자 생쥐가 뚱뚱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난소를 제거한 생쥐에게 에스트로겐의 α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화학물질(PPT)을 투입하자 비만이 일어나지 않았다.
비만은 운동부족이나 음식과다섭취 등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으로 간주돼 왔지만 최근에는 유전자나 생리적 이유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성은(柳聖殷·사진) 사업단장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비만의 관계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만일 사람의 α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약물을 개발하면 폐경기 여성의 비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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