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 레몬’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가 23일부터 5월 2일까지 전북 전주시 전북대 문화관과 전주시내 영화의 거리에서 펼쳐진다. 33개국 250여 작품 중 ‘영화광’이 아니라도 입맛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관람료는 일반상영작 5000원, 개 폐막작과 심야에 선보이는 ‘전주 불면의 밤’ 상영작 1만원. 상영일정은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www.jiff.or.kr) 참조.》
○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보드카 레몬.’ 아름다운 아르메니아의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노년의 로맨스. 홀아비인 하모는 어느 날 아내의 묘지 옆에서 매력적인 50세 여인 니나를 만난다. 메인 프로그램 ‘인디비전’ 섹션. 2003년 작.
○ 본전을 뽑고 싶을 때
‘소멸하는 별빛’
미국 켄 제이콥스 감독의 영화 ‘소멸하는 별빛’. 잭 스미스라는 1950년대 미국 전위 예술가를 3년간 쫓아다니며 카메라에 담았다. 상영시간은 장장 6시간20분. 잭 스미스가 연출했던 각종 퍼포먼스와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다뤘다. “언어보다는 상황이 더 중요하다. 관객이 참고 볼 수 있다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감독의 주장에 따라 우리말 자막 없이 상영된다.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영화보다 낯선’ 섹션. 2003년 작.
○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기고 싶을 때
‘요시노 이발관’
일본 나오코 오기가미 감독의 ‘요시노 이발관’. 한 해안가 마을에는 초등학생이 되면 요시노 이발관에서 ‘요시노 스타일’로 머리를 깎는 전통이 있다. 도쿄에서 한 학생이 전학을 오면서 학교가 술렁인다. 전학생이 촌스러운 바가지 머리에 반발하자 순박했던 다른 아이들도 펑크 스타일로 머리를 바꾸고 ‘반항 대열’에 합류한다. 2003년 작. 가족관객을 겨냥한 ‘영화궁전’ 섹션.
○ 무척 끔찍한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미국 스탠 브래키지 감독의 ‘자신의 두 눈으로 본다는 행위’. 감독은 시체 부검실에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간다. 부검실은 죽음의 이유를 정확히 밝히는 장소이기에 역설적으로 삶의 의미를 소중히 다루는 곳이기도 하다. 임신부나 노약자는 피하는 게 좋다. ‘전주 불면의 밤’ 섹션. 1971년 작.
○ 흥겨운 음악을 즐기고 싶을 때
쿠바 영화 ‘나다’에서는 쿠바의 이국적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칼라는 제멋대로 편지를 뜯어보고 자신의 감정과 언어로 편지를 고쳐 쓴다. 쿠바영화의 이데올로기적 중압감을 버리고 감각적이고 젊은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에선 보기 힘든 쿠바 영화 17편을 소개하는 ‘쿠바영화특별전’. 2001년 작.
○ 어려운 영화에 도전하고 싶을 때
장마리 스트라우브와 다니엘 위예의 영화 ‘시실리아’. 파시즘에 반대해 미국으로 도피했던 아들이 15년 만에 고향인 시실리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쉬지 않고 독백 혹은 대화가 이어진다. 배경음악도 배제한 미니멀리즘 영화. ‘영화보다 낯선’ 섹션. 1999년 작.
○ 야한 영화를 보고 싶을 때
일본 마쓰모토 도시오 감독의 ‘장미의 행렬’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현대 일본의 게이 세계에 투사한 영화. 게이 바에서 잘나가는 호스트 에디는 바 주인이자 마약거래를 일삼는 곤다와 내연의 관계에 있다. 곤다와 동거하는 바 매니저 레다는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결국 곤다가 에디의 아버지란 사실이 밝혀진다. 일본 독립 예술영화 유통망인 ATG(Art Theater Guild) 회고전에서 소개된다. 1969년 작. (도움말=전주국제영화제 정수완 프로그래머)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