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현장에서]박용/코스닥 해외IR 결실 보려면

입력 | 2004-04-20 18:11:00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정문 앞에 태극기가 걸렸다. 이 호텔에서 열린 한국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기업설명회(IR)를 기념하기 위해 호텔측이 준비한 이벤트였다.

이날 레인콤, 백산OPC, 세코닉스, 아이디스, 엔터기술, 엠텍비젼, 예당엔터테인먼트, 이레전자, 프롬써어티 등 코스닥의 대표 기술주들이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영업이익률이 평균 21.9%에 이르는 알짜기업들이다.

외국인투자자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행사에 참석한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전했다. 푸트남, 타이거매니지먼트, 아메리칸센츄리 GE캐피탈, TCW펀드, 라자드 등 외국계 대형 펀드관계자들이 100여명이나 참석했다.

외국인들이 코스닥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코스닥 등록기업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그만큼 튼튼해졌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해외 IR를 열었거나 앞두고 있는 등록기업은 모두 27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8%가 늘었다. 해외 IR를 다녀온 뒤 외국인 지분과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좋아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외국인 매수세로 버티는 코스닥시장은 ‘모래 위에 쌓은 성’에 불과하다는 항간의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최근 해외 IR 등을 통해 외국인 지분이 30%까지 늘어난 한 등록기업의 관계자는 요즘 외국인 지분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그들이 언제 발을 뺄지 모르는 데다 경영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코스닥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투자자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입이 있어도 할 말은 없지만 한번 무너진 신뢰가 너무나 뼈아프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외국인들에게 잘 보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실력으로 승부를 걸지 않으면 외국인들도 언젠가 개인들처럼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을 잊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