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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유윤종/음악의 여운 빼앗는 ‘안다 박수’

입력 | 2004-04-20 18:43:00


지난 3월 16일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 토마스 합창단의 ‘마태 수난곡’ 전곡 연주회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 마디씩 했다.

“박수가 일찍 나오는 바람에 기분을 망쳤어. 마지막 화음을 좀 끝까지 감상할 수 없나?”

비슷한 풍경은 다음 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도 되풀이 됐다.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의 첫 내한공연.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끝 곡인 ‘늙은 손풍금장이’의 마지막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성급한 객석의 박수가 분위기를 깨트렸다. 이런 성급한 박수는 4월 8일 수원시립교향악단의 브루크너 교향곡 4번 연주 등 ‘2004 교향악 축제’에서도 여러 번 되풀이됐다.

음악애호가들은 마지막 화음이 사라지기 전에 성급히 터져 나오는 박수를 ‘안다 박수’라고 부른다. 음악의 매력에 처음 빠져든 초보자들이 ‘나는 이 곡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다’며 자랑하고픈 마음에서 성급하게 박수를 친다는 해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마태 수난곡’과 ‘겨울 나그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러 개의 짧은 곡이 연속되는 작품이기에 처음 듣는 사람은 어디서 끝나는지 짐작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끝나는 부분을 안다’고 과시하고픈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사실 이런 ‘안다 박수’의 문제점에 대해 청중이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는 거의 없다. 해외에서는 이례적으로 연주의 열기가 뜨겁거나 특히 마지막 부분이 큰 음량으로 화려하게 끝나는 악곡의 경우 등에는 마지막 화음이 끝나기 전에 갈채가 터져 나오는 것도 용인된다. 그러나 ‘마태 수난곡’과 같이 거룩한 분위기의 교회음악이나 ‘겨울 나그네’처럼 비탄의 분위기에서 조용히 전곡이 끝나는 경우 성급한 박수는 분위기를 완전히 깨는 악습이다.

임형균 세종문화회관 국제협력부 차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청중들이 마지막 여운까지 즐기는 진지한 음악회와 축제적 성격의 음악회를 잘 구분하므로 분위기를 깨는 돌발적 갈채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