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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대선주자 관리' 고민

입력 | 2004-04-22 17:18:00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로 차기를 꿈꾸는 유력 대선후보군의 향후 행보를 둘러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또 당 인사들의 부상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도 '대선주자 관리'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져줬다. 이들을 발전적 경쟁시스템 속에 묶어 둘 수 있다면 노 대통령에게도 큰 힘이 되겠지만 관리에 실패할 경우 당 분란의 불씨가 될 것이 뻔하다.

현재까지 당내 대선후보군으로 부상한 인물은 정동영(鄭東泳) 당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 김혁규(金爀珪) 대통령 경제특보 등 3인이다. 이들은 15일(정 의장) 16일(김 특보) 19일(김 대표) 잇따라 노 대통령과 단독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지역과 이념, 스타일에 있어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 의장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대중적 지지도에서 앞서가고 있고, 김 대표는 개혁세력의 적자(嫡子)라는 점에서 당내 지지세가 강하다. 김 특보는 영남을 기반으로 행정 경험까지 지니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정 의장은 총선 기간 내내 노 대통령과 끊임없이 교감했다. 하루에 한 차례 이상 전화통화를 하고, 총선 전략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의 노인발언 파문 때 영남 총선후보들이 정 의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서자 노 대통령이 측근들을 통해 적극 진화작업에 나섰던 적도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노 대통령의 정 의장 총리기용 여부.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지난해 12월경 노 대통령을 만났더니 정 의장의 총리 기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시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과 지금의 사정은 달라졌고, 정 의장 스스로도 총리직에 대해 마음의 정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 원내대표에게는 최근 청와대로부터 입각제안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직후 당에 있는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이 김 대표를 찾아가 "통일분야를 맡아 달라"고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19일 청와대 회동에서 노 대통령의 의중이 직접적으로 전달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국내외 정세와 통일·외교·국방 분야에 걸쳐 마음을 열고 많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입각보다는 원내대표에 더 마음을 두고 있다.

김혁규 특보에 대한 노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 역시 각별하다. 총선기간 중 노 대통령이 김 특보를 청와대로 불렀으나 김 특보가 "부산판세가 악화돼 상경하기 어렵다"고 말하자 회동 일정을 16일로 연기했을 정도다. 노 대통령은 경남지사 시절 김 특보의 업무능력과 아이디어를 주의 깊게 관찰했고, 지사직을 던지고 당에 참여해준 것에 고마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18대 대선까지는 3년6개월여라는 긴 시간이 남아있다. 이들 외에 새로운 후보군의 부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차기 후보들에 대해 '공평 관리'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차기 후보군을 중심으로 세력재편이 이뤄져온 정치권의 불문율에는 예외가 없다. 총선 종료는 또 다른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