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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연구팀 난자조작 쥐 탄생 성공…포유류로는 처음

입력 | 2004-04-22 18:28:00

한일 공동 연구팀이 정자 없이 난자의 조작만으로 탄생시킨 ‘아버지 없는 쥐’. -도쿄=연합


한국과 일본의 공동연구팀이 정자 없이 난자의 조작만으로 ‘아버지 없는 쥐’를 탄생시키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는 ‘포유류는 단위발생(單位發生)이 불가능하다’는 기존 과학계의 상식을 뒤엎은 것이다.

영국의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는 22일 ‘인간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부제를 달아 이 연구결과를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외신들은 “인간에 응용될 가능성 때문에 생명윤리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연구는 일본 도쿄농대의 고노 도모히로(河野友宏) 교수 등 3명이 진행했으며 이후 한국의 바이오벤처기업 마크로젠의 박은성 연구원과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가 연구에 합류했다.

단위발생이란 정자 없이 화학적 반응만으로 난자가 세포분열을 일으켜 개체를 만들어내는 생식방법. 개미 벌 진딧물 물벼룩 등 곤충과 어류 일부는 가능하지만 포유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제까지 정설이었다.

연구팀은 미성숙 단계에서는 난자와 정자의 유전자 구조가 거의 같다는 점에 착안해 쥐의 난모세포 유전자를 조작해서 정자에 가깝게 만들었다. 이 난모세포를 성숙시켜 다른 쥐의 난자에 정자 대신 이식한 다음 화학물질로 자극해 세포분열을 일으켰다.

이어 배아를 성숙시키는 실험을 460회 실시한 끝에 쥐 10마리를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제대로 자란 것은 한 마리. ‘아버지 없이’ 태어나 현재 15개월 된 이 쥐는 정상적인 수정을 통해 12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서 교수는 “한국 연구팀은 자체 제작한 고밀도 유전자(DNA)칩을 이용해 19.5일의 임신 기간에 단계별로 유전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추적한 결과 이번에 태어난 생쥐가 정상적으로 출산된 개체와 유전자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음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고노 고수는 “다음에는 돼지를 이용해 실험할 것”이라면서 “이 실험 방법을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