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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시베리아 가스田사업 직접 챙기겠다”

입력 | 2004-04-22 18:43:00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동북아 최대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인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코빅타 가스전 개발사업에 러시아 정부가 직접 개입키로 해 사업 추진의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BP-TNK의 빅토르 벡셀베르그 이사는 18∼20일 런던에서 열린 러시아경제포럼에 참석해 “앞으로 6개월 안에 러시아국영가스공사(가스프롬)가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벡셀베르그 이사는 가스프롬의 참여로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 최대 가스업체인 가스프롬은 러시아 정부를 대표해 국내의 모든 에너지 개발사업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스프롬이 러시아의 국익을 내세워 한국이 어렵게 참여한 기존의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실질적인 사업자는 영국계 에너지 메이저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BP는 러시아 4위 민간 정유사인 TNK와 합작으로 BP-TNK를 세워 이 사업 컨소시엄의 최대주주로 있다. 중국과 긴밀한 관계인 BP는 당초 중국에 가스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 한국의 참여를 받아들여 중국과 한국으로 가스관을 건설키로 하고 지난해 말 사업 타당성 조사를 마쳤다. 한국으로서는 이 사업이 주변 강대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에너지 확보 전쟁’ 속에서 유일하게 얻어낸 기회인 셈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외국계 민간기업인 BP가 러시아의 국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가져왔다.

특히 가격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현재 러시아가 유럽에 수출하는 가격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자 러시아 정부 내에서는 “차라리 가스관을 유럽으로 돌리는 편이 낫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기에는 최근 닥치는 대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견제 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일본이 가스관을 극동 나홋카로 연결해 일본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뒤늦게 뛰어들자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현재로서는 2008년부터 중국과 한국에 가스를 공급한다는 당초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기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