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이혜정 교정원장은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서정보기자
“상극(相剋)을 풀어가는 상생(相生)의 정신으로, 만나는 인연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하든 보은(報恩)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갑시다.”
박중빈(朴重彬·1891∼1943) 대종사가 원불교를 창교한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28일)을 앞두고 이혜정(李慧定·67) 교정원장을 19일 제주도 원불교 국제훈련원에서 만났다. 교정원장은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처럼 교단 내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자리. 이 원장은 원불교 88년 역사상 첫 여성 원장이다.
올해 대각개교절 행사는 원불교 중앙총부가 있는 전북 익산시에서 28일 열린다. ‘아하! 데이(Day)-당신은 희망입니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교단 행사에서 벗어나 1만여 시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오후 5시반 원광대 문화체육관 앞에서 열리는 ‘청소년 어울 마당’을 시작으로 익산시 중앙체육공원까지 4km 구간을 행진하는 퍼레이드, 강강술래 대동놀이 불꽃놀이 연합합창단의 공연을 마련한다.
이 원장은 이번 대각개교절을 맞아 도움을 받은 사람은 물론 악연(惡緣)을 맺은 사람에게도 그동안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편지나 전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미움을 버리면 그 상대가 나의 희망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 앞길이 열리고 주위에서 나를 도와주는 기운이 몰려옵니다.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기는 쉽지 않아요. 꾸준히 ‘마음공부’를 해야죠.”
이 원장은 앞으로 교단의 역점사업으로 사회복지를 꼽았다. 외롭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이 사회에 대한 종교의 보답이라는 것이다. 그가 취임 후 처음 한 일도 각 지역의 교단 복지시설을 순방하며 지원책을 점검한 것이었다.
원불교는 익산 장애인복지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복지법인이 없는 경기 강원 등 5개 교구에 시설을 마련하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그는 첫 여성 원장에 대한 기대에 대해 “남녀의 마음씀씀이가 다를 리 없지만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사회의 약자들을 안을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주=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