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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광현/‘강남 집값잡기’ 또 충격요법

입력 | 2004-04-22 18:53:00


“보유세는 올리되 거래세(취득세 등록세)는 낮추겠다.”(지난해 10·29대책)

“당분간 거래세를 낮추기 어렵다.”(재정경제부 세제실장·3월 22일)

“서울 강남 강동 송파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거래를 3배 이상 올리겠다.”(4월 21일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정부가 발표한 ‘흔들리는 거래세 정책 목록’이다. 여기에 일관성이 있다면 ‘어떻게든 강남 집값만은 때려잡겠다’는 것.

지난해 이후 부동산대책의 초점은 강남에 맞춰졌다. 세금을 핵심 수단으로 하여 강남에서 ‘집을 갖고 있기도’(보유세), ‘팔기도’(양도세) 어렵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아예 ‘사기도’(취득세 등록세) 어렵게 했다. 이번 주택거래신고제 도입은 이 시리즈의 중간 완결판인 셈이다.

이번 4·21조치로 ‘보유세는 대폭 올리고 그만큼 거래세는 낮추겠다’며 기회만 있으면 밝혀 온 원칙은 공염불(空念佛)이 됐다. 정책에 대한 신뢰에만 금이 갔다.

이런 ‘원칙 없는 정책’은 바로 주민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강남에 30평형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다는 한 주민은 “빚을 갚으려고 급히 집을 팔아야겠는데 거래세가 껑충 뛰는 바람에 계약이 취소됐다. 이 피해는 누가 보상해 주나. 강남에 사는 게 죄인가”라고 하소연했다.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소개한 한 독자는 “이번 대책으로 강남의 진입 장벽만 높아져 교육여건 좋고 생활여건 좋은 강남으로 가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정책 효과도 논란의 대상이다. 공급 확대라는 근본 치유책 없이 수요에 대해서만 ‘두더지 잡기’식으로 때려잡는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과거 경험을 보면 설령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해도 ‘원칙’이 아닌 ‘편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것이 지난해 이후에 발표된 것만 20개가 넘는 ‘강남 집값 잡기’ 정책의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당국자들은 세금을 단번에 수백%씩 올리는 충격요법을 내놓기 전에 실수요자의 피해는 없는지, 과거 자신들이 내놓았던 주택정책들의 ‘약발’이 왜 그리 짧았는지부터 먼저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