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프랑스는 서로에 대해 친근감을 갖고 있다. 작년부터 내년까지 프랑스가 ‘중국의 해’ 행사를 개최 중이고, 중국도 ‘프랑스의 해’로 화답했다. 상대방을 향해 ‘특별한 파트너’라고 부른다.
친근감의 바탕에는 양국의 문화적 자부심이 깔려 있다. 동서양 문화의 교류라는 점에서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두 나라가 하이테크 무기를 매개로 뭉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동아시아의 안전보장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이 톈안먼(天安門) 사건 후 실시한 대중(對中) 무기금수 조치를 철폐하려고 15년째 애쓰고 있다. “금수조치는 함께 지낼 수 없는 나라를 상대로 하는 것이다. 중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리비아까지도 금수대상에서 해제하지 않았는가.”(프랑스의 고위관리)
미국은 EU의 대중 금수조치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겉으로는 중국의 인권문제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다르다.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의 고위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의 대중 무기 수출은 미국과 일본의 안보에 마이너스가 된다. 중국은 미사일과 잠수함을 중심으로 우리가 예측하는 것 이상으로 급속히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항공모함에 대한 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핵심은 대만 문제다. 예컨대 프랑스가 중국에 최신예 미라주전투기를 수출할 경우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균형이 무너져 이 지역의 정세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미국은 우려한다.
대만 총통선거 직전, 프랑스와 중국의 해군은 대만 인근 해역에서 사상 첫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대만 문제에서 ‘유럽이 관여할 가능성’을 열어 놓아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미국 정부는 받아들였다.
프랑스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의 상거래에 관심이 많다. 에어버스는 미국의 보잉과 격렬하게 경쟁하고 있고, 테제베(TGV)는 일본의 신칸센(新幹線)과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간 고속철도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원 개발 및 실용화를 목표로 하는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 후보지 선정 경쟁에서도 두 나라의 특별한 관계는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일본과 프랑스로 좁혀진 후보지 선정 작업은 미국과 한국이 일본을, 러시아와 중국이 프랑스를 지원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중국은 ‘일본에는 지진이 많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일본의 한 관리는 “중국은 일본이 국제적 지위를 높일 만한 일에는 모두 반대한다”고 불평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들어 EU측에 금수조치를 풀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 일본도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중국과 ‘영토 문제’를 갖고 있어 중국 해공군의 전력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우려는 충분히 이해한다. 금수조치를 해제하더라도 전략적으로 민감한 기술과 무기는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미일 모두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프랑스와 중국의 새로운 밀월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근본적인 도전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은 프랑스가 미국에 대항하며 꿈꾸는 ‘다극화 세계’의 비전을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