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동맹국들의 철군과 대규모 폭탄 테러. 혼돈으로 빠져드는 이라크 사태 속에서 미국이 ‘강온 양면’ 정책으로 난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군병력의 전열을 재정비하는 한편 이라크 전(前) 정권에 봉사한 바트당원들을 이라크 재건 사업에 새로 기용해 ‘수니파 달래기’에 나설 계획이다.
▽부시 “재임 중 미군 감축은 없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재임 중에 이라크 주둔 병력을 감축하거나 달아나지 않을 것이며 테러범들과의 협상은 없다고 21일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시내 호텔에서 열린 미국 신문협회와 신문편집인협회 연례행사의 연설을 통해 “이라크에서의 최근 몇 주는 정말 힘들었다”면서 “자유 민주 이라크 건설을 위한 고삐를 결코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워싱턴 하원 군사위원회 증언에서 “미국 병력을 더 보낼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며 추가 파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주둔 병력의 복무 기간을 연장하고 신속대응군을 새로 편성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었다. 90일간 주둔이 연장된 병력 2만여명은 스페인과 온두라스, 도미니카공화국 군의 철수 공백을 메울 예정이다.
▽이라크 재건에 바트당원 참여=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폴 브리머 이라크 최고 행정관의 제안으로 이라크 전 정권인 바트당의 당원 수천명을 이라크 재건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바트당원은 대부분 수니파로, 이들이 정치에 참여할 경우 수니파 저항 세력의 반미 기세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이라는 게 미국의 속내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 이후 교사나 의사, 정부 고위 관리로 일하던 바트당원과 전직 군인들은 이라크 함락과 함께 집단적으로 해고돼 불만 세력으로 자리잡았고, 자연히 수니파 저항세력의 지지자가 됐었다. 미국의 계획에 따르면 바트당원 교사 약 1만1000명과 교수 수백명이 1차 복직될 가능성이 크다.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57개국 회원국이 있는 이슬람국제회의기구(OIC)는 22일 말레이시아에서 비상회의를 열고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이라크에서 이슬람 성지를 파괴하고 민간인 희생자를 많이 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OIC는 또 이라크에서 유엔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결의안 채택을 촉구했다. OIC는 “유엔이 이라크의 평화와 안보, 안정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도 “미군이 이라크 시아파 성지(聖地) 나자프와 카르발라를 공격하는 것은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미국이 나자프와 카르발라를 공격하면 이슬람 세계의 분노를 촉발하게 될 것”이라며 “이란은 무크타다 알 사드르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를 살해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