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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틱낫한에서…’ 실천하는 사람이 꿈꾸는 대안적 삶

입력 | 2004-04-23 17:24:00


◇틱낫한에서 촘스키까지/존 스페이드·제이 월재스퍼 지음 원재길 옮김/611쪽 2만4500원 마음산책

20세기는 ‘대중의 세기’였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대중의 정치 사회적 참여가 확대됐고 불평등이 꾸준히 해소돼 왔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인간에게 삶은 힘겹거나 비참하고 위험하다. ‘진보’의 이름으로 장려돼 온 기술문명은 생태계 파괴와 공동체의 붕괴 등 전 지구적인 후유증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격월간 대안잡지 ‘유튼 리더(Utne Reader)’의 편집자인 저자들은 현대 문명과 진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실천가 61명을 만나 인터뷰했고 그 집대성으로 이 책이 탄생했다. 부제는 ‘더 실용적이고 창조적인 삶의 전망 61장’. 그간 ‘대안’이라는 단어가 종종 비현실적이거나 과거회귀적 공론(空論)의 느낌을 주기도 했음을 의식해서였을까.

1장 ‘우리를 움직이는 정신’에서는 종교나 종파를 넘어 ‘영성(靈性)’에 대한 깨달음을 전해 온 주인공들을 만난다. 자이나교 승려였던 쿠마르는 일상생활 속의 ‘관계’를 통해 신성(神性)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맡겨진 세상에 대해 성실하고 세심한 관심을 보일 때 ‘거룩함’의 실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에게도 낯익은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은 ‘자각하기와 숨쉬기, 미소 짓기처럼 그 자리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주는 행위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2장은 ‘공동체 의식’을 다룬다. 대형 쇼핑센터는 과연 지역주민의 작은 가게보다 좋을까, 수도의 부유한 정치가들이 평범한 이웃들보다 지역사회의 요구를 잘 알고 있을까 등의 질문을 던진다. 행동주의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티베트 마을 라다크에서의 생활체험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지역사회에서 ‘느린 시간과 공존’이라는 진정한 풍요로움이 파괴되고 있음을 걱정한다.

3장 ‘사회운동’ 편에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평화와 사랑을 찬미했던 1960년대의 시민운동적 가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4장 ‘녹색 사고’에서는 지구의 생태학적 관계망을 고려해 ‘발전’의 가치를 재정립하기를 촉구하는 인물들이 소개된다. 5장 ‘창의력과 문화’ 편에서는 비디오 폭력이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조지 거브너, 공상과학소설을 통해 ‘생존을 위한 환경 수립’을 촉구하는 소설가 옥타비아 버틀러 등을 소개한다.

번역자는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은 몽상가가 아니라 실천가들이다. 책상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사유하는 사람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