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역 폭발은 무슨 물질 때문에 일어났을까. LP가스, 질산암모늄 등에 의한 폭발이라는 설이 대두되었지만 일단 다이너마이트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다.
▽원인은 다이너마이트?=중국 적십자사 대변인은 23일 터널건설에 사용될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타르타스통신도 평양발로 수로공사용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한 것이라고 보도했고, 북한에서 활동하는 아일랜드 구호단체 요원인 안 오마호니도 북한 당국자가 다이너마이트에 의한 폭발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이너마이트의 용도는?=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왜 폭발위험물질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귀국길 철로변에 그대로 두었던 것일까.
독일의 DPA통신은 23일 북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 다이너마이트가 피현군 백마에서 철산군을 잇는 40km 길이의 수로 공사를 위해 수송 중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수로공사에는 군인들이 대거 동원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용천역 주변에 4개 중대 규모의 군이 주둔한 것은 이 공사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수로는 피현군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삼교천의 풍부한 물을 철산군으로 보내기 위한 것. 철산군은 평야지대임에도 강수량이 적어 쌀 생산량이 적고, 조 밀 옥수수 콩 등의 밭작물이 많다.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평안북도는 최근 토지정리공사를 활발히 벌이고 있었다.
▽폭발원인=그렇다 해도 다이너마이트는 외부의 경미한 압력 혹은 약한 불꽃만으로는 폭발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폭제 역할을 하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 관계자는 “뇌관이 없더라도 열이 20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다이너마이트는 5초 이내에 폭발한다”고 설명했다. 또 고압 스파크에 의해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사고 당시 전기열차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선이 다이너마이트 적재 화물열차에 부딪혀 스파크가 일어났다는 증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의 동력 공급용 철로에는 2만V가 넘는 전기가 흐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이 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