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일본 도쿄 북부 모테기현. 혼다모터스가 만든 가족용 자동차 체험관 '팬 펀 랩(Fan Fun Lab)'의 한 무대에 키 120㎝, 몸무게 52㎏의 로봇이 나타났다. 혼다가 2000년 첫선을 보인 직립 로봇 '아시모' 였다.
아시모는 손 흔들기, 한발로 서기 등의 동작을 한데 엮은 춤을 추며 재롱을 피웠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관객들은 아시모의 춤을 따라하며 즐거워했다.
아시모가 등장한 무대 바로 옆에는 현재 아시모가 탄생하기까지의 '진화 과정'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로봇 10여점이 나란히 서 있었다.
자동차 회사인 혼다모터스가 왜 직립 로봇을 개발하는 데 이처럼 적극적일까.
▽도전만이 살길이다= 로봇 뿐 아니다. 혼다는 제트기 개발에도 손을 대고 있다. '팬 펀 랩' 2층에는 17년간 연구 끝에 지난해 12월, 시험 운행에 성공한 혼다의 첫 제트기 '혼다젯' 기체도 보존돼 있다.
혼다 임원들은 당장 돈이 되지 않는 로봇이나 기체 개발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에 대해 한결같이 "자동차만 만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움직이는 모든 것들, 즉 '모빌리티(Mobility)'를 다각도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혼다는 연구개발비로 매출의 5%를 투자한다. 지난해에는 약 4000억엔(약 4조4000억원)을 썼다. 후쿠이 다케오(福井威夫) 사장은 "이는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 가운데서도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혼다 창업주인 혼다 소이치로 (本田章一郞) 역시 "레이싱이 없으면 자동차 기술은 발전하지 않는다"며 1962년 창업과 동시에 일본 최초로 국제 규격에 맞는 레이싱 코스를 만들기도 했다.
▽다음세대를 위한 기술= 혼다는 미래형 자동차 기술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22일 오후 일본 도치기현의 혼다기술연구소 내 충돌 실험동에서는 혼다의 대형 세단인 '레전드'와 소형차 '라이프'의 충돌 실험이 열렸다.
각각 시속 50㎞로 마주 달린 두 자동차가 굉음을 내며 충돌하자 연구원들은 차량의 충격흡수구조가 운전자의 피해를 줄이는데 어떻게 작용했는지 꼼꼼히 살폈다. 2000년 3월 설립된 이 충돌 실험동은 실내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
혼다기술연구소의 주력 프로젝트는 앞차와의 충돌 직전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걸리게 하는 시스템 등 안전 기술과 수소 연료를 사용한 연료전지차 등 저공해 차량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것. 안전과 환경을 화두로 첨단 미래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취지였다.
혼다는 창업주가 물러난 뒤 선임됐던 6명의 사장이 모두 엔지니어 출신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혼다코리아 정우영 사장은 "혼다의 이공계 우대 정책이 잘 알려져 최근 수년간 일본의 명문대 이공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취업하고 싶은 기업' 1, 2위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도치기·모테기=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