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간의 건강 척도로 GOT와 GPT 수치가 자주 언급된다. 그래서 건강검진이나 혈액검사를 받으면 으레 이 수치에 눈이 간다. 이 수치는 낮을수록 좋다. 현재 40IU/L 이하이면 정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 정도라도 만성 간 질환의 조기 진단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상 수치를 더 낮춰야 한다는 것.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서일 교수팀은 24일 세계적 의학저널인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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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와 GPT는 간세포 안에 있는 효소. 원래 명칭은 AST와 ALT이지만 GOT와 GPT로 더 알려져 있다. 간세포가 손상되면 이들 효소가 혈액으로 흘러들기 때문에 수치가 높을수록 만성 간 질환 가능성도 커진다.
김 교수팀은 1990년과 92년 모두 건강검진을 받은 35∼59세 남녀 14만2055명을 대상으로 93년부터 2000년까지 8년간 GOT와 GPT의 농도를 추적 조사했다. 나이, 비만도, 음주, 흡연, 혈당, 콜레스테롤, 가족력 등 사망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은 모두 배제했다.
연구 결과 이 기간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중 남자의 32%, 여자의 14%가 간 효소의 수치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상치보다 낮은 30∼39IU/L인 것으로 나타났다.
20IU/L 미만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GOT가 20∼29IU/L일 경우 사망위험은 남자 2.5배, 여자 3.3배 더 높았다. 또 30∼39IU/L에서는 남자 8.0배, 여자 18.2배로 급증했다.
GPT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29IU/L에서 사망위험은 남자 2.9배, 여자 3.8배 더 높았으며 30∼39IU/L 정도가 되면 남자 9.5배, 여자 6.6배로 급증했다.
김 교수팀은 이에 따라 남자의 경우 GOT는 31IU/L, GPT는 30IU/L을 기준치로 설정할 것을 주장했다. 여자의 경우 남자보다 수치가 낮은 점을 감안해 30IU/L에서 약간 밑도는 선에서 정상치를 잡아야 한다는 것.
간암 등 만성 간 질환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체 사망률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