斟酌이라 하면 우리말에서는 ‘어림잡아 헤아림’을 말하고 현대 중국어에서는 ‘再考(재고)’의 의미이지만, 원래는 ‘술을 나누다’는 뜻이었다.
斟은 의미부인 斗와 소리부 겸 의미부인 甚으로 구성되었는데, 斗는 손잡이 달린 국자 모양의 容器(용기)를 그렸다. 그래서 斟은 원래 ‘술(甚)을 국자(斗)로 나누어 담음’을 의미했다.
甚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甘(달 감)과 匕(숟가락 비)로 구성되었는데, 소전체에 들면서 약간 변하여 지금처럼 甘과 匹(짝 필)의 결합이 되었다.
‘설문해자’에서는 甚을 두고 입(口·구)에 가로획(一)이 더해져 입(口) 속에 맛난 것(一)이 들어 있음을 형상화한 甘과 짝을 뜻하는 匹이 합해져 ‘큰 즐거움’을 말한다고 했다. 후세 문자학자들은 匹은 짝이 되는 여성을 뜻하여 짝과 함께 할 때의 ‘즐거움’을 말한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모두 소전체에 근거한 것으로 근거가 약해 보인다. 금문에서처럼 甚은 원래 匹이 아닌 匕로 구성되었고, 匕는 지금처럼 밥숟가락이라기보다는 술 뜨는 기구를 말했기에, 甚은 술과 관련지어 설명되어야 한다.
특히 고대 문헌에서 자주 등장하는 L(오디 심)·(심,침)(오디 심)·K(오디 담) 등과 관계 지어볼 때 甚은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즉 ‘오디’를 원래는 甚으로 나타냈으나 艸(풀 초)나 木(나무 목)을 더하여 ‘오디’의 속성을 더욱 구체화했으며, 오디가 익어 띠는 색인 黑(검을 흑)을 더하여 각각의 글자로 분화했던 것이다.
그렇게 볼 때 甚은 오디술을 말하고 斟은 이를 匕로 떠는 장면을 그린 것이라 보인다. 오디술은 예로부터 대단히 좋은 술의 하나로 인식되었으며 고급 연회에 자주 등장하는 술이었다. 그래서 오디술은 대단히 맛있는(甘) ‘큰 즐거움’을 주는 술이었으며, 이로부터 ‘대단히’, ‘심히’라는 뜻이 생겼을 것이다.
또 이러한 해석은 斟과 언제나 짝을 이루어 왔던 酌에서도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즉 酌은 酉와 勺으로 구성되었는데, 酉는 술독을 그렸고, 勺은 금문에서처럼 국자에 술이 담긴 모습을 그려, 술을 퍼 나누는 모습을 그렸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