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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만나는 시]김완하, “엄마”

입력 | 2004-04-25 17:24:00


엄마

김완하

첫돌 지난 아들 말문 트일 때

입만 떼면 엄마, 엄마

아빠 보고 엄마, 길 보고도 엄마

산 보고 엄마, 들 보고 엄마

길 옆에 선 소나무 보고 엄마

그 나무 사이 스치는 바람결에도

엄마, 엄마

바위에 올라앉아 엄마

길 옆으로 흐르는 도랑물 보고도 엄마

첫돌 겨우 지난 아들 녀석

지나가는 황소 보고 엄마

흘러가는 도랑물 보고도 엄마, 엄마

구름 보고 엄마, 마을 보고 엄마, 엄마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찌 사람뿐이랴

저 너른 들판, 산 그리고 나무

패랭이풀, 돌, 모두가 아이를 키운다

- 시집 ‘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문학사상사) 중에서

첫돌 지난 저 아이의 ‘엄마’ 소리에 귀가 환해진다. 한낱 사물에 불과했던 소나무가, 황소가, 도랑물이, 아니 세상 만물이 환하게 빛나며 살가운 피붙이처럼 다가온다. 정말이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겠는가. 저 하늘의 태양과 달과 구름과, 바다와 들판이 없이 어느 누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무릇 제비꽃 하나가 피는 데도 온 우주가 필요하다.

해월 최시형은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의 삼경(三敬)을 이야기하였다.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공경하고 사물을 공경할 것. 천지 만물을 엄마로 호명하는 저 아이로부터 새삼 깨우친다. 누구나 세상 만물을 ‘엄마’로 부를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 것인가? 우리는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엄마를 잊어버리고, 엄마의 가슴을 더럽히며 살아왔는가? 이젠 정말 우리 모두의 ‘엄마’를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반칠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