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 게재되고 있는 산업현장 시리즈와 관련해 경기 양극화 현상을 취재하면서 느낀 두 가지 소회(所懷)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음식업과 같은 서비스업의 불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점입니다. 내수침체를 모르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실제 취재현장에서 확인한 체감경기는 형언하기 힘들었습니다.
LG전자 서울구로공장 취재를 마치고 인근 음식점에 들어갔을 때의 일입니다.
주방 주변에 모여 있던 종업원들에게 취재 목적을 밝히며 “요즘 경기가 어떻습니까”라며 질문을 던지자 이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신들의 딱한 처지를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낭패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몇 개월 더 지속되다가는 우리 사회가 회복하기 어려운 중병에 걸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들었습니다.
둘째로는 음식점과 주점, 옷가게의 주인과 종업원 등 취재 도중 만난 많은 사람이 기자를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살기가 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고 그만큼 사람의 마음도 궁색해지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친절하게 대해주는 이들의 여유(?)는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원래 마음씨 좋은 분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들의 ‘살기 어려운’ 처지가 오히려 이런 태도를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자가 찾아오니 마치 하소연하듯이 상세하게 사정을 털어놓으며 조금이라도 경제여건이 개선됐으면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내보인 게 아닌가하고 추리해봅니다.
어쨌든 이번 취재를 마치면서 상인들의 얼굴에 하루빨리 희색이 돌기를 기원합니다.
정부 당국자들은 서민의 삶 개선을 위해 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주기 바랍니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기업이 투자를 하도록 불안을 없애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지혜를 정부 당국자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원재 경제부기자 wh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