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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월급 절반 자료 수집”…축구도서관 여는 이재형씨

입력 | 2004-04-25 18:17:00

이재형씨가 2002 월드컵 한국-이탈리아의 16강전 때 이탈리아 프란체스코 토티를 퇴장시킨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카드에는 당시 주심이었던 모레노 바이론의 서명이 있다. 이씨가 20여년간 모은 축구 관련자료는 서울 성북구 자택 방 3개 중 2개를 가득 채울 정도. 이훈구기자


‘티끌 모아 태산.’

‘축구 자료 수집가’ 이재형씨(43)에겐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20여년 전부터 취미삼아 하나 둘 모은 자료가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 도서관을 만들 정도로 방대한 양이 됐기 때문.

“서울 성북초등학교 때 축구 선수를 하면서 축구에 미쳤어요. 매일 해 떨어질 때까지 공을 찼으니까요. 하지만 ‘뺑뺑이’(추첨)로 중학교(홍익중)에 들어가 보니 학교에 축구부가 없지 뭡니까. 결국 축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그 ‘한’을 축구 관련 자료 수집으로 풀었습니다.”

처음에는 기념품 같은 작은 것들을 모으다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달 월급의 반을 뚝 잘라 자료를 사 모았다. 지난해 6월 수원월드컵경기장 안에 마련된 400평 규모의 축구 기념관은 그가 모은 관련 자료 1000여점이 없었다면 ‘속빈 강정’이 될 뻔했다.

9월이면 이 기념관 옆에 이씨의 이름을 딴 50여평 규모의 ‘이재형 축구도서관’이 문을 열 예정. 이씨는 이곳에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축구 관련 서적 1만여권을 비치할 계획이다. 이 책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사온 것들. 단행본, 잡지, 축구 교본, 축구 디자인, 축구 소설, 축구 만화 등이다. 이달 초 홍콩에서 사온 책 중에는 1890년대부터 최근까지 영국 프로 축구 선수들의 헤어스타일 변화를 다룬 것도 있다.

해외 출장은 한 달 평균 한 번 정도 가는데 그동안 40여개국을 다녀왔다.

“지금까지 자료 구입비로 쓴 돈이 한 5억원쯤 될 거예요. 자료 하나 하나가 다 기억에 남지만 2001년 중국 옌볜에서 조선족 동포에게 1000만원을 주고 수집한 북한축구대표팀 유니폼과 축구화 그리고 북한 축구교본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축구 선진국을 숱하게 접한 그는 한국 축구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 “한국은 너무 경기력에만 치우쳐 있어 축구문화랄 게 별로 없습니다. 반면 외국은 축구 관련 문화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축구가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 있는 것이 정말 부럽습니다.”

이씨의 직업은 축구월간지 ‘베스트 일레븐’의 부장. 이씨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았으니 난 정말 행운아”라며 “더 열심히 자료를 모아 세계에서 알아주는 축구도서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