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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일영/與小野大뒤집기

입력 | 2004-04-25 18:47:00


17대 총선은 한국정치사에서 처음으로 합법적이고도 정당한 방법으로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우리는 세 차례 여소야대를 겪었지만 모두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여대야소로 뒤집고 말았다. 이승만 정부는 여소야대 문제를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노태우 김대중 정부는 합법적이지만 정당하지는 않은 방법으로 해결했다.

▷최초의 여소야대는 1948년부터 52년 사이에 나타났다. 이승만 대통령은 친위 쿠데타라는 비합법적 방법을 동원해 이 난관을 돌파했다. 이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위협하는 가운데 개헌을 하고, 재선에 성공하며, 국회도 장악했다. 이것이 ‘부산정치파동’과 ‘발췌개헌’이다. 1988년 13대 총선 결과도 여소야대로 나왔다. 노태우 대통령은 국회 우위를 견디지 못한 나머지 1990년 평민당을 뺀 3당 합당을 통해 인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3당 합당 자체가 불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밀실에서 내각제 개헌 합의각서를 주고받으며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1998년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면서 다시 여소야대 현상이 나타났다. 김대중 대통령은 의원 빼오기나 의원 꿔주기 같은 합법적이지만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동원해 이 문제를 극복하려 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시민단체를 외곽지원 세력으로 동원하는 포퓰리스트적 전술까지 동원했으나 여소야대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유산은 고스란히 노무현 정권에 넘겨졌다.

▷노 정권은 국회를 장악하기 위해 17대 총선에 모든 것을 걸어 절반을 조금 넘는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이를 정치사적 관점에서 보면 처음으로 합법적이고도 정당한 방법으로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뒤집은 예에 해당된다. 노 정권이 처음으로 합법적이면서 정당한 방법으로 여소야대의 분점정부(分占政府·divided government)를 여대야소의 단점정부(單占政府·unified government)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적어도 ‘절차적’ 측면에서 17대 총선은 한국의 정치발전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김 일 영 객원논설위원·성균관대 교수

lykim@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