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경착륙'(급속한 경기하강)할 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세계은행은 최근 "중국경제의 과열이 우려되고 급속한 경기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경제가 과열을 조정할 역량을 갖췄다"며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연착륙'(새로운 성장을 준비하는 적절한 경기하강)에 돌입할 것"이라 전망했다.
중국은 2003년 9.1%의 고속성장을 이룩한 후 올 1.4분기에도 9.7% 성장을 기록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중국정부가 강력한 처방을 동원하고 이에 따라 경기가 급속히 가라앉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린스펀 FRB 의장은 지난 20일 미 상원에서 "중국경제의 주된 문제점은 원자재난을 야기하는 게 아니다"며 "통화량이 연 20% 증가하는 등 과열 현상을 보이는 게 문제"라고 증언했다.
세계은행도 최근 중국이 과속 성장을 조절하면서 경착륙할 수 있고, 그 경우 주변국가의 대(對)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스티븐 로치는 24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과속성장을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로치는 중국경제가 과열을 경험했던 93~94년 상황과 현재를 비교했다.
그는 투자와 개인소비 양쪽이 모두 과열양상을 빚었던 10년 전과는 달리, 최근 경기과열은 투자에 의해서만 주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가 얼어붙어도 개인소비를 통해 경기의 급속한 하강을 막을 수 있다는 것.
또 당시 투자가 공공부분이 주도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투자는 국내 사기업과 외국인 투자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연착륙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경기하강에 따른 부작용이 분산됨에 따라 경기하강이 투자저하와 경기의 추가적 하강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을 피할 수 있다는 것.
로치는 "10년 전에도 경착륙을 막았던 중국정부가 최근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겠냐"고 반문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