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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개구리 어디 갔나?

입력 | 2004-04-26 15:48:00


'그 많던 황소개구리가 다 어디 갔지.'

한때 천적이 없어 '생태계 무법자'로 불려온 황소개구리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1970년대 초반 식용 목적으로 들어온 뒤 저수지나 하천 등지에 버려지면서 각종 토종생물을 먹어치워 생태계를 위협하던 황소개구리 개체수가 감소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는 2002년 말 발표한 '생태계 무법자 외래 동식물'에서 황소개구리가 5년 전에 비해 70%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발표 이후 더 이상 공식 서식지 밀도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해마다 개체수가 현저하게 줄고 있다는 게 생태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그 많던 황소개구리들이 이렇듯 줄어든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생태계의 자기조절능력에 따른 환경적응'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처음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개체 수가 일정단계에 이르면 정체하거나 감소해 적정한 수준을 맞춘다는 것이다.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 심재한(沈在漢) 소장은 "서식지 먹이가 줄어들고 개체수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른 근친교배로 열성 유전자가 축적돼 생존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게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그동안의 퇴치사업이 효과를 나타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공근로자, 군부대, 환경단체 등을 총동원한 사냥대회 등 '황소개구리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또 상업적인 목적으로 황소개구리를 포획해 온 업자들의 공도 컸다는 것. 황소개구리가 식용이나 초등학생들의 생물 해부실습용 자재로 인기를 끌면서 전국 10여개 전문포획 업자들이 잡아들인 숫자만도 2000만 마리에 가깝다는 것이 업자들의 추산이다.

이밖에 가물치, 메기 등 토종 물고기와 블루길, 베스 등 외래어종과 왜가리, 고니 등 새들까지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잡아먹는 등 천적으로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회함(鄭會函·광주 고려중 교사) 한국외래종생태환경연구회장은 "환경부가 나서 개체수가 왜 감소했는지, 감소에 따른 생태계 영향 등을 무엇인지를 파악해 다른 외래종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