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인근 지역으로 영업망을 확대해 동남(東南)경제권을 아우르는 중견은행으로 거듭나겠다.”
부산은행 심훈(沈勳·사진) 행장이 ‘영업망 광역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심 행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은행의 영업망이 부산지역에만 한정되는 것은 에너지의 소모”라며 “김해 양산 울산 등 부산 인근 지역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중앙 시중은행들이 이미 부산 지역에 점포를 두고 영업망을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더 이상 안주할 수 없다는 것.
심 행장의 ‘탈(脫)부산’ 선언은 2000년 7월 한국은행 부총재에서 부산은행장으로 부임한 이후 최근까지 부산지역에서 닦아놓은 탄탄한 기반에서 나왔다.
외환위기 끝 무렵인 1999년 말 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50억원. 하지만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은 1213억원으로 20배가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총수신과 총여신 규모도 50% 가까이 성장해 각각 14조원, 9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자산 건전성을 보여주는 고정이하 부실자산 비율은 7.65%에서 1.63%로 줄었다.
최근 2∼3년간 시중은행들이 가계 연체와 부실 대출로 홍역을 치르는 동안 부산은행은 착실히 실속 있는 장사를 해온 셈.
부산은행은 또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의 주요 관심대상이기도 하다. 이 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2002년 12.04% △2003년 38.51% △올 3월 말 현재 51.57%로 해마다 늘어났다. 주가도 2000년 당시 4600원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 7300원대로 59% 가까이 치솟았다.
심 행장은 이 같은 놀라운 경영실적으로 최근 한국능률협회에서 주관하는 2004년도 ‘한국의 경영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심 행장은 “부산은행은 지역밀착경영의 기초인 인적·물적 네트워크와 높은 고객 로열티, 지역정보력에 근거한 신용리스크 관리능력 등 대형은행들이 갖기 어려운 경쟁우위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이 지역의 선박, 전기전자, 자동차부품 등 중화학공업제품 업체들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들 중소업체에 집중 지원해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유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