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중국에서 다시 발생해 사망자까지 생겼다는 소식은 지난해 초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의 악몽을 되살리게 한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의 중국 국립바이러스연구원에서 일하는 26세 여성 연구원이 사스에 감염됐고 그 뒤 이 환자를 간호하던 어머니와 간호사가 차례로 감염돼 어머니가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미 300명 정도가 이 환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아직 확인된 의심 환자는 4명에 불과하다지만 지난해 워낙 혼쭐이 난 터라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세계 의학계가 긴장하고 있다. 과연 사스는 다시 부활할 것인가.
지난해 30개국에서 총 8422명의 환자와 916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의 대유행이 끝난 뒤 의학계에는 이 질병이 겨울에 다시 도래할 것으로 보는 의견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함께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사스가 결국 인플루엔자와 같이 계절적인 전염병이 돼 주로 추운 겨울철이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에 반해 일부 전문가는 사스의 감염을 유발하는 병원소가 사향고양이 등 야생동물이나 사스 바이러스를 다루는 실험실로 국한된다는 점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당했던 지난해와 달리 재발 가능성이 높지 않고 일단 발생하더라도 환자를 곧바로 격리 조치할 경우 추가 전파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작년과 같은 대단위 발생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겨울이 다가도록 우려했던 사스의 재발이 없었던 터라 조심스럽게 후자의 가능성에 무게가 주어지고 있던 차에 중국에서 실험실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사스가 집단 발병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은 몇 가지 전제 조건을 갖고 있다. 즉 병원소가 될 수 있는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실험실 감염을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사향고양이를 대대적으로 포획 도살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 실험실 감염을 막기 위해 WHO는 실험실 관리지침도 내린 바 있으나 이번에 중국에서 실험실 감염이 발생했다. 실험실의 안전조치가 소홀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작년에 경험했다시피 사스는 2차 전파를 막는 것이 최대의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전염병의 2차 전파력을 판단하는 ‘기초감염 재생산율’이 인플루엔자나 홍역의 경우 10∼15(즉 1명의 환자가 10∼15명의 사람에게 전파)인 데 비해 사스는 환자를 격리만 해도 1 이하다. 전염력이 높지 않은 것이다.
중국에서의 사스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작년과 달리 중국 방역 당국이 모든 상황을 공개하고 방역 대책을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방역 당국도 사스의 유입 가능성을 경계하는 각종 조치를 발동하기 시작했으므로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사스의 치명적인 결과를 생각하면 방역 당국은 긴장의 끈을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송재훈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감염내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