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에 덮인 채 화물 수송기에 실려 있는 미군 전사자들의 관(棺)을 촬영한 사진이 미국 언론과 인터넷에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걸프전이 시작되기 전인 1991년 초부터 언론이 해외에서 숨진 미군 유해가 담긴 관을 찍지 못하도록 금지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은 700명 이상이 숨진 이라크전을 보도하면서 전사자의 사진과 프로필은 싣고 있지만, 이들의 유해가 실린 관이 본국으로 이송돼 장례식이 거행되는 장면은 보도하지 않고 있다.
▽논란의 경위=시애틀 타임스는 18일 미군 유해가 담긴 관 20여개가 실려 있는 수송기 내부를 촬영한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쿠웨이트 국제공항에서 화물 업무를 맡고 있는 계약직 민간인 태미 실리치오(50·여)가 디지털카메라로 몰래 촬영해 제공한 것이었다.
이에 앞서 정보공개 운동가인 러스 킥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288장의 미군 유해를 담은 관과 장례식 사진들을 입수해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14일 공개했다.
▽보도 금지 논란=미국 정부는 베트남전 당시 본국으로 송환되는 전사자 사진과 장례식 장면들이 반전 여론 조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91년부터 관을 찍지 못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었지만, 2003년 초까지만 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 개전 직전인 지난해 3월 이 방침을 엄격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유해 송환이 진행되는 군 기지에 대한 언론의 접근을 봉쇄했다.
미 정부는 보도 금지의 이유로 희생자 유족과 친지들의 사생활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반전 여론을 줄이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라는 비판도 많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