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천적이 없어 ‘생태계의 무법자’로 불려온 황소개구리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1970년대 초반 식용을 목적으로 들여온 뒤 저수지나 하천 등에 버려지면서 토종 생물을 먹어치워 생태계를 위협하던 황소개구리 개체 수가 급감하자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는 2002년 말 발표한 ‘생태계 무법자 외래 동식물’에서 황소개구리가 5년 전에 비해 70%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후 더 이상 서식지 밀도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해마다 개체 수가 현격하게 줄고 있다는 게 생태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그 많던 황소개구리가 줄어든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생태계의 자기조절능력’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처음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개체 수가 일정 단계에 이르면 정체하거나 오히려 감소해 적정 수준을 맞춘다는 것이다.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 심재한(沈在漢) 소장은 “서식지와 먹이가 줄어들고 개체 수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근친교배로 열성유전자가 축적돼 생존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그동안의 퇴치사업이 효과를 나타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공근로자 군부대 환경단체 등을 총동원한 ‘황소개구리와의 전쟁’에서 승전했다는 자평이다.
또 상업적인 목적으로 황소개구리를 포획해 온 전문포획업자들의 공도 컸다는 것. 황소개구리가 식용이나 초등학생의 해부실습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전국 10여개 업자들이 잡아들인 수만도 2000만마리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이 밖에 가물치 메기 등 토종 물고기와 블루길 배스 등 외래 어종, 왜가리 고니 등 새들까지 황소개구리나 올챙이를 잡아먹는 등 천적이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회함(鄭會函·광주 고려중 교사) 한국외래종생태환경연구회장은 “환경부가 나서 개체 수가 왜 감소했는지, 감소에 따른 생태계 영향 등은 무엇인지를 파악해 다른 외래종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