誕은 言과 延으로 구성되어, 지금은 ‘태어나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원래는 言이 의미부인 구조에서 볼 수 있듯 말(言)과 관련된 글자였다. ‘설문해자’에 의하면, 誕은 과장하여 말하는 것을 뜻한다고 했고, 이후 ‘속이다’나 ‘크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延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길(척·척)과 발(止·지)로 구성되어 먼 길을 가는 모습을 상징화했으며, 소전체에 들면서 (엄,한)(끌 예)가 더해져 ‘길다’, ‘계속되다’는 의미를 더욱 구체화했다. 그래서 延은 延長(연장)에서처럼 길게 ‘늘이다’가 원래 뜻이다. 그렇게 보면 誕은 말(言)을 끌어 장황하게 늘여 놓는 것(延)을 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延은 의미의 결정에도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誕이 誕辰에서와 같이 出生(출생)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가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의 출생을 전체 마을에 크게 알리던 고대 관습과도 관련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辰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처럼 조개가 땅 위를 기어가는 모습을 그렸다. ‘조개’가 辰의 원래 뜻이다. 조개껍질은 농기구가 발달하기 전 돌칼처럼 곡식을 수확하는 유용한 도구로 쓰였다. 그래서 갑골문에서 林(수풀 림)과 辰이 결합한 農은 바로 조개껍질(辰)을 들고서 숲(林)에서 곡식을 수확하는 모습을 그렸으며 이로부터 農事(농사)라는 의미를 만들었다. 또 두 손(臼)과 辰이 합쳐진 晨은 두 손에 조개껍질을 들고 농사일을 하는 모습을 강조한 글자이다. 농사일은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조개껍질(辰)은 農事(농사)의 상징이었다. 고대의 農事는 日月星辰(일월성신) 등 天體(천체)의 운행과 밀접한 관련을 가졌다. 그래서 辰은 日月星辰을 총칭하는 개념으로도 사용되었으며, 특별히 별을 지칭하기도 했다. 辰은 이로부터 時辰(시진)에서와 같이 이들의 운행에 의해 정해지는 시각이나 시간, 날짜라는 의미로 확장되었으며, 다시 간지자의 다섯째 地支(지지)로 쓰이게 되었다. 그러자 원래의 ‘조개’를 나타낼 때에는 (충,훼)(벌레 충)을 더하여 蜃으로 분화했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