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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의 투자격언]이철용/발품 부지런히… 반성 꾸준하게

입력 | 2004-04-27 18:21:00


주식투자로 떼돈을 번 사람이 있다.

직장에서 잘리자 방에 틀어박혀 ‘고시 공부하듯이’ 주식 공부를 했다. 책 몇 권은 아예 전부 외워 버렸다. 그렇게 1년여를 보내니 회사 이름만 대면 주가가 얼마이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얼마이고 최고경영자(CEO) 경력은 어떤지를 술술 풀어내는 경지가 됐다.

입시학원 수학강사 출신의 부동산 고수가 있다.

3년여 동안의 노력 끝에 복잡하기 그지없는 재건축 및 재개발아파트의 투자수익성을 평가할 수 있는 분석 틀을 창안해 냈다. 그걸 실전 투자에 적용해 ‘미다스의 손’이 됐다.

펀더멘털 분석을 잘하면 부동산시장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실패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이렇게 공부하기가 어렵고 머리 싸매고 덤벼도 그 정도의 내공을 쌓기는 힘들다.

타고난 감각과 탁월한 분석력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발품’과 ‘회의(懷疑)’다.

첫째, 발품.

학원강사 출신의 그 재야 고수는 자기 집을 살 때 20여번이나 현장답사를 했다고 한다. 오전 10시, 11시, 낮 12시…. 시간대별로 집 주위를 빙빙 돌면서 햇볕이 집안에 어느 각도로 얼마나 드는지 계산했다. 스톱워치로 인근 초등학교까지의 통학거리도 쟀다. “공식보다 현장이 한 수 위입니다. 가 보면 압니다.”

둘째, 끊임없는 회의 또는 반성.

연초에 “올 상반기 부동산시장은 좋지 않을 것이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전망을 귀가 따갑게 들었을 것이다. 거시경제 여건, 부동산 정책 및 수급 상황을 다 따져서 내린 결론이었다. 그런데 넉 달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시장 여건은 그대로이거나 더욱 악화됐다. 하지만 투자 열기는 식지 않았다. 아파트가 막히면 주상복합으로, 다시 ‘아파텔’로…. 집요한 틈새 찾기가 이어지고 있다.

뭐가 잘못된 것 아닌가? 연초의 냉정하고 담담한 투자설계를 까맣게 잊은 것인가?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라’는 금언을 되새겨 볼 필요는 없는가? ‘정작 부동산 큰손들은 뒷짐을 지고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다’고들 하는데…. 한번쯤 이런 반성을 해볼 때다.

발품과 반성. 실수요와 ‘묻지마 투자’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을 칠흑 같은 투기 세상에서 지켜줄 등대다. (도움말:김우희 저스트알 상무,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끝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