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15개 회원국에 10개 신규 회원국이 가세하는 5월 1일 유럽연합(EU)의 확대를 다국적 기업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새로 회원국이 되는 중부 및 동유럽 10개국 시장에 대한 총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것. 그동안 보호막 속에 안주하던 신규 회원국의 기업들은 위기감 속에서 몸집 불리기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높은 성장세, 값싼 노동력=새로 EU에 가입하는 나라는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키프로스 몰타 등 10개국. 평균 소득이 기존 회원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폴란드의 1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21대로 기존 EU 회원국의 49대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100명당 PC 보유는 폴란드가 11대로 현 회원국 평균인 34대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7일 “새 회원국들이 낙후됐다는 지표는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키프로스와 몰타를 제외한 8개 신규 회원국은 지난해 평균 3.5%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수출시장인 독일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여서 향후 4.0∼4.5% 성장도 가능하다는 평가.
새 회원국의 시간당 임금은 기존 회원국의 20%선에 불과하다. 하지만 생산성은 30%를 넘는다. 1990년대 초 동유럽은 단순조립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노동집약적인 초정밀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새 회원국들은 각종 세금을 낮추고 유인책을 제공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회원국보다 더 공개적인 행정체제를 갖추고 규제를 대폭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2차 파상공세=저비용과 고수익을 추구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다국적 기업들은 1990년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지금까지 동유럽에 1100억달러(약 128조원)를 직접 투자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새 회원국들에 대한 직접투자가 지난해 60억달러(약 7조원)에서 올해 150억달러(약 17조원)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 뤼미에르 EBRD 총재는 “다국적 기업들에 있어 5월 1일은 새로운 출발선”이라고 말했다.
새 회원국 시장을 노리고 이미 발판을 마련한 다국적 기업들은 자동차제조 통신 금융 할인점에 이르기까지 줄잡아 15개에 이른다.
폴크스바겐은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4개국에서 직원 4만명을 고용하면서 부품제조업체 1만여개, 일자리 20만개를 만들어냈다. 앞으로 4륜구동맥 차량과 스포츠카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세계적 할인점 테스코는 새 EU 가입국에 매년 2억5000만파운드(약 5120억원)를 투자할 계획. 피아트와 맥킨지는 폴란드법인의 직원 수를 현재 3000명에서 2008년에는 20만명으로 대폭 늘릴 방침이다.
이에 맞서 현지 기업들은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헝가리 석유기업 몰은 폴란드 PKN 오를렌과 합병을 검토 중이고, 체코 전력회사 세즈도 슬로바키아 전기회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