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꽃게? 金게!”… 어획량 예년10%, 1kg에 4만원선

입력 | 2004-04-27 18:57:00

27일 오전 인천 중구 항동 인천종합어시장 내 꽃게 골목. 꽃게철을 맞았지만 주산지인 서해안 지역의 어획량이 줄어 꽃게값이 크게 오르자 예년과 다르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제공 인천종합어시장


“꽃게가 아니고 금게입니다.”

살이 꽉 차고 등딱지에 알을 품어 매년 4, 5월이면 미식가의 입맛을 돋우는 꽃게가 주산지인 서해안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올해 어획량이 예년의 10분의 1 이하로 준 데다 가격은 2∼3배 올라 어민은 어민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울상이다.

지난해 봄철만 해도 꽃게 주산지인 충남 태안군 근흥면 안흥항 수협위판장에는 하루 10여t의 꽃게가 거래됐으나 올해 거래량은 2∼3t에 불과하다.

알이 꽉 찬 암꽃게의 경우 kg당 지난해 2만∼2만5000원에서 올해는 4만∼4만5000원으로 뛰었다.

인천수협은 지난해 4월 하루 평균 21t의 꽃게를 팔았으나 최근에는 하루 판매량이 2t에 불과했다.

인천종합어시장과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kg당 4만∼4만3000원에 팔리고 있으나 가격이 워낙 오른 탓에 거래는 한산한 편이다.

인천수산인협회 김광익 회장(61)은 “꽃게잡이를 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올해 같은 흉어기는 처음”이라며 “매일 조업에 나서지만 출어 경비도 충당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해양환경 전문가와 어민들은 꽃게가 사라진 데 대해 서해연안의 수온이 낮아져 꽃게의 서식 환경이 나빠진데다 금어기인 1, 2월에 중국 어선의 ‘싹쓸이 월선(越線) 조업’이 극성을 부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27일까지 인천과 충남 태안, 전북 군산 등 서해상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하다 적발된 중국 어선은 지난해 같은 기간(15척)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79척에 이른다.

서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팀 박종화 연구관(45)은 “바다 수온이 12도를 넘어야 꽃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인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2도가량 낮다”며 “지난해 풍어기에 꽃게를 너무 많이 잡은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태안군 안흥어촌계 김기동 계장(56)은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때문에 서해안 어장이 황폐화되고 있어 다시 살리기에는 최소한 6∼7년은 걸릴 것”이라며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국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가격 급등으로 꽃게를 취급하는 서울과 인천, 대전 등 식당들도 찬바람을 맞고 있다. 식당 주인들은 “고객들이 가격을 물어본 뒤 입을 딱 벌린 채 발길을 돌린다”고 말했다.

안흥수협 위판장 경매사 김부국씨(30)는 “지난해부터 위판장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올해에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했다”며 “거래량 감소로 수협의 수입도 크게 떨어져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