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입만 열면 누구나 ‘박사’인 분야가 3가지 있다. 정치 교육, 그리고 부동산 정책이다.
그래서 주택정책은 발표될 때마다 관계 부처인 건설교통부와 재정경제부 홈페이지가 찬반 양론으로 뜨겁게 달궈진다. 심지어는 이를 발표하는 언론기관이나 기자들에게도 칭찬과 욕설이 퍼부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달 21일 건교부가 서울 강남구 강동구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을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하자 아니나 다를까 의견이 분분했다.
건교부 홈페이지나 독자전화 e메일 내용들을 욕설을 빼고 종합해 보면 대충 몇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찬성하는 쪽에서는 “비싼 집에 살면 세금 많이 내야 할 것 아니냐. 세금이 억울하면 싸게 내놓고 강남을 떠나라”는 의견이 가장 많다. 이런 주장은 대체로 “집값은 강남에서부터 오르고, 집값이 오르면 국가나 가정의 경제가 멍든다. 그래서 결국에는 내가 피해본다”는 논리를 깔고 있다.
한편 주택거래신고제를 비난하는 주장도 많다.
그들은 “우리 집은 별로 오르지 않았는데 왜 일률적으로 세금을 높게 물어야 하나. 동(洞)이나 아파트단지별로 해야지 실수요자의 피해가 없을 것 아니냐” “걸핏하면 강남 사람들 때려잡는 정책들을 내놓느냐. 강남에 집 있는 게 죄냐”고 항변한다.
세계적인 주간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각국의 통계기관 자료를 수집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5∼2002년 7년 동안 한국의 집값은 전국 평균 20.5%, 서울 집값은 평균 35.1% 올랐다. 같은 기간동안 미국은 51% 올랐고 이 가운데 뉴욕은 75% 상승했다. 영국은 125% 올랐으며 특히 런던은 182%나 뛰었다. 아일랜드는 219% 올랐으며 수도인 더블린은 273%나 급등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이런 문제로 인해 집값이 오른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주민들간에 갈등이 심각하다는 말은 아직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들 나라 정부도 한국처럼 보름이 멀다하고 주택정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섣부른 정책으로 당장에는 가격을 떨어뜨리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효과는 거둘 수 없다는 점과 그런 정책들이 가져올 적지 않은 부작용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