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방송프로그램 독립제작사의 활성화를 명분으로 추진 중인 ‘외주 채널’이 시사보도 기능을 갖춘 지상파 방송으로 윤곽이 드러나면서 친정부적 여론 조성을 위한 또 하나의 공영 지상파 방송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28일 본보가 입수한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원장 고진·高進)의 ‘외주 전문 문화채널 설립 타당성 연구보고서’는 “다수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려면 지상파 채널이 가장 알맞다”며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4월 외주 채널 신설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보고서 작성을 진흥원에 의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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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 지상파 신설에 대한 반발 여론이 일자 이창동(李滄東) 문화부 장관은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지상파 채널의 설립은 어렵다”고 해명 했었다.
하지만 문화부는 최근 완성된 진흥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외주 채널’에 관한 정부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어서 당초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위원회 김창현(金昌鉉) 정책총괄부장은 “공영채널인 KBS MBC EBS가 있는데 국영 채널을 하나 더 설립하는 것은 방송구조를 기형적으로 만들며, 이 채널의 광고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대철(鄭大澈)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의 공영방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명권자의 영향을 받아 정치적 색채를 두드러지게 보여 왔다”며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보도 채널을 더 신설할 필요가 있을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부 방송광고과 김재현(金宰賢) 사무관은 “지상파 채널로 설립하되 시사보도 프로그램 편성 여부는 친정부적 국영방송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는 만큼 계속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부는 10월 정부안을 확정하고 공청회를 거쳐 12월까지 채널을 운영하는 비영리 재단법인 설립을 마친 후 내년 초 시험방송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