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새틀라이트 전시회에서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감각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고무 소재의 와인 수납대, 팬티 앞면에 잔디를 심은 장식물, 재미있는 콘셉트의 의자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밀라노=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종이에 동그란 구멍을 뚫어 팔에 걸 수 있게 만든 식당 메뉴판, 언제 어디서든 조립이 가능한 비닐 욕조, 팬티 앞면에 녹색 잔디를 심은 장식물….
밀라노 가구 박람회 전시장 관람의 묘미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젊은 디자이너들의 재기 발랄한 가구와 소품을 둘러보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살롱 새틀라이트(Salone Satellite)’라는 이름의 전시관에서는 이탈리아 도무스, 프랑스 아르 데코, 영국 RCA 등 유명 디자인 대학 20곳과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톡톡 튀는 전시가 펼쳐졌다. 한국측에서는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와 이 학교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 이주희씨 등 3명이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이 전시에 참가했다.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 김현정씨가 출품한 거실 조명. 과일 모양의 조명에는 스피커 기능이 내장돼 있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주관하는 이탈리아 가구 연합회 파올로 롬바르디 사무총장은 “200여년 전부터 세계적인 수준의 고품격 가구를 생산해 온 이탈리아 디자인의 원동력은 이처럼 젊은 디자이너들을 꾸준히 육성해 온 데 있다”고 말한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전시에는 위트가 있다.
디자이너 이나 니콜릭은 커다란 천에 세 개의 구멍을 뚫어 목과 두 팔을 빼내어 입는 웰빙 개념의 잠옷을 고안했다. 인간의 몸에 부담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잠잘 수 있도록 해 주는 이 옷은 담요나 베개로도 사용할 수 있다.
세계적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하는 ‘바르트(Bart)’는 물결무늬 디자인과 캔디 컬러감이 돋보이는 고무 소재의 와인 수납대와 CD꽂이를 출품했다.
의자는 가구 디자인과 감성이 집약적으로 표현되는 오브제이다.
젊은 디자이너들은 서너 개의 의자를 겹쳐 포개 놓을 수 있거나 고무 밴드를 철제 의자 안에 엮어 쿠션으로 만든 디자인, 오뚝이처럼 자유롭게 눕혔다 세우거나 도넛 모양 안에 앉아 데굴데굴 구를 수 있는 디자인 등 다채롭게 선보였다.
이번 박람회 기간에 밀라노 시내 가구 매장에서는 각 업체의 디자인 콘셉트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전시회가 곳곳에서 열려 관람객들을 이끌었다.
가구 콘텐츠 제공 업체 리빙 앤드 컴퍼니 조원미 대표는 “이탈리아 디자인은 단순히 미적인 요소만 중시하는 게 아니라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기능성에 주력한다”고 평가했다.
밀라노=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