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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이라크 죄수 학대 사진 공개 파문

입력 | 2004-04-29 16:37:00


미군이 이라크인 죄수들을 학대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28일 CBS뉴스를 통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CBS뉴스가 시사 프로그램 '60분 Ⅱ'에서 공개한 사진에는 △한 병사가 이라크인의 머리에 걸터앉아 포즈를 취한 모습 △이라크 포로들을 발가벗긴 채 인간 피라미드처럼 포개놓은 모습 등이 포함됐다. 미군은 자체 조사를 벌여 지난달 말 이 사건과 관련된 병사 17명의 직무를 박탈하고 이 가운데 6명은 군법회의에 회부했다.

▽악명 높은 교도소에서 행해진 죄수 학대=미군 병사들이 이라크인 죄수들을 학대한 곳은 사담 후세인의 공포 정치 시절 고문과 처형으로 악명이 높았던 바그다드 인근의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사진 속의 한 이라크인은 머리에 가리개가 씌워진 채 상자 위에 서 있었고 양손에는 전깃줄이 연결돼 있었다. 미군은 이 수감자에게 상자에서 떨어지면 전기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피라미드처럼 포개진 죄수들의 피부에는 영어로 욕설이 적혀 있기도 했다. 남녀 미군 병사들이 발가벗은 이라크인들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 또 다른 사진 속에는 죄수들이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미군 병사들이 손가락질 하며 웃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곳에서 통역을 하는 이라크인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한 젊은 남자 죄수가 성폭행을 당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 협약'은 "포로는 폭행, 협박, 모욕 및 대중의 호기심으로부터 항상 보호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적잖은 파문 예상=이라크 주둔 연합군 대변인 마크 키미트 준장은 "그들은 동료 병사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병사들도 포로가 될 수 있는데 우리가 적군의 포로들을 이렇게 대하면 우리측 포로가 생길 경우 제대로 된 대우를 요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 해군 중령 빌 코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이라크로 간 이유는 후세인 시절 있었던 그 같은 가혹 행위를 종식시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우리가 똑같은 짓을 저지르다니 충격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젠가는 모든 이라크인들이 가혹 행위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우리는 100배, 1000배로 보복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가혹 행위가 자행된 것은 교도소를 지키는 병사들에게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군법회의에 회부된 칩 프레데릭 예비군 중사는 "우리는 임무와 관련해 아무런 훈련도 받지 못했으며, 상관들에게 법이나 규정을 물어봤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군당국은 교도소장인 재니스 카핀스키 준장을 비롯해 7명의 장교에게도 징계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