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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MBC ‘황태자의 첫사랑’서 명랑소녀役 성유리

입력 | 2004-04-29 17:57:00

박주일기자


#미리 보기 하나

일본 삿포로에 있는 리조트의 레스토랑에서 재벌 2세이자 한량인 권희(차태현)가 일행들에게 우쭐댄다.

“나 최권희야. 여자 실망시켜 본 적 없어.”

지난밤 만취했던 그는 일본인으로 착각하고 있던 유빈(성유리·23)의 방에 들어와 ‘아무 일 없이’ 하룻밤을 잔 뒤 아침이 되자 돈을 두고 나오는 길이다.

유빈은 당당히 권희 앞에 돈다발을 던지며 한국어로 일침을 놓는다.

차태현

“당신, 어제 별로였어.”

#미리 보기 둘

일류기업 네트워크총괄실장 승현(김남진)의 사무실에 샌드위치 배달을 가는 유빈. 짝사랑하고 있는 승현에게 벌벌 떨며 겨우 “저기…샌드위치 시키셨죠?”라고 말한다.

나중에 친구에게 하는 말. “(그 사람) 오늘도 진짜 멋있었다. 와이셔츠 소매 싹 걷고 사람들한테 지시 내리는데 카리스마가 와∼. 진짜 섹시해.”

이 두 장면은 6월 방영되는 MBC 20부작 수목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극본 김의찬 정진영)에서 명랑당돌소녀로 변신한 성유리의 모습을 미리 본 것이다. ‘천년지애’(SBS·2003년)에서 목을 꼿꼿이 세우고 “남부여의 공주 부여주니라”라고 하던 성유리는 온데간데없다. 젊은이들의 사랑을 경쾌하게 그린 이 드라마는 일본 위성방송 스카이퍼펙에서도 동시 방영된다.

김남진

○ 日위성방송과 동시에 방영

“그룹 ‘핑클’ 활동을 할 때의 숫기 없는 이미지가 여전한 것 같아요. 실제로도 그런 편이고…. 하지만 이번에는 끼를 보여주고 싶어요. 성격도 ‘유빈’을 조금씩 닮아가는 것 같아요.”

유빈은 대학을 졸업하고 3년째 샌드위치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데도 늘 유쾌하다. 성유리는 “밤새 촬영을 한 뒤 낮 장면에서도 활기 넘치는 유빈이 되어야 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성유리는 유빈 캐릭터와 달리 조용한 목소리와 수줍은 표정으로 답했다.

성유리는 “‘천년지애’는 힘들고 욕도 많이 먹어 애착이 간다”며 “그때는 독특한 사극풍 말투 때문에 부족한 연기력을 감출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현대극이어서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다.

“심은하 이후 TV에서 가장 예쁘게 나오는 배우”라고 평한 바 있는 이관희 담당 PD는 “성유리는 연기자로서 자질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성유리는 캐스팅된 뒤 절친하게 지내는 송혜교에게 전화를 걸어 “(너는) 가수 비하고 함께 촬영해 좋겠다.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송혜교는 7월 방영 예정인 KBS 2TV ‘풀하우스’에 비와 함께 출연한다.

성유리는 또 상대역 차태현에 대해서는 “같은 미장원에 다니는 인연도 있지만 끼 없는 나를 잘 리드해준다”고 말했다.

성유리는 가수로 시작해 방송MC와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나 “굳이 한 가지를 본업으로 정하고 싶지 않으나 당분간 연기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극중 두 남자 주인공에 대한 평가를 통해 성유리의 남성관을 엿봤다.

“승현은 멀리서 바라보기에 좋죠. 하지만 너무 무뚝뚝하고 감정표현을 할 줄 몰라 연애하기에는 피곤할 것 같아요. 밝은 성격의 권희는 철이 들면 ‘최고’인데, 철이 안 들면 ‘최악’이고요.”

성유리는 5월 초 이 드라마 촬영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 등에서 45일가량 머문다. 그는 “집에 오고 싶어 외국에서 보름 이상 있어본 적이 없다”며 “이번 촬영 일정을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