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이라크인 포로들을 학대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28일 CBS뉴스를 통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CBS뉴스가 시사 프로그램 ‘60분Ⅱ’에서 공개한 사진에는 △한 병사가 이라크인의 머리에 걸터앉아 포즈를 취한 모습 △이라크 포로들을 발가벗긴 채 인간 피라미드처럼 포개 놓은 모습 등이 포함됐다.
미군은 자체 조사를 벌여 지난달 말 이 사건과 관련된 병사 17명의 직무를 박탈하고 이 가운데 6명은 군법회의에 회부했다.
▽악명 높은 교도소에서 행해진 포로 학대=미군 병사들이 이라크인 포로들을 학대한 곳은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공포정치 시절 고문과 처형으로 악명 높았던 바그다드 인근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사진 속의 한 이라크인은 머리에 가리개가 씌워진 채 상자 위에 서 있었고 양손은 전선으로 묶여 있었다. 미군 병사들은 이 수감자에게 상자 위에 제대로 서 있지 않으면 전기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피라미드처럼 포개진 포로들의 피부에는 영어로 욕설이 적혀 있기도 했다. 미군 병사들이 발가벗은 이라크인들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한 사진도 있다. 미군 병사 중엔 여군도 있었다. 또 다른 사진 속에는 죄수들이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자세를 취하고 있고 미군 병사들이 손가락질하며 웃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곳에서 통역을 하는 이라크인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한 젊은 남자 포로가 성폭행을 당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적잖은 파문 예상=이라크 주둔 연합군 대변인 마크 키미트 준장은 “그들은 동료 병사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병사들도 포로가 될 수 있는데 우리가 적군 포로를 이렇게 대하면 우리측 포로가 생길 경우 제대로 된 대우를 요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 해군 중령 빌 코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이라크로 간 이유는 후세인 시절 있었던 가혹행위를 종식시키겠다는 것인데 우리가 똑같은 짓을 저지르다니 충격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젠가는 모든 이라크인이 가혹행위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우리는 100배, 1000배로 보복 당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가혹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된 것은 교도소를 지키는 병사들에게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군법회의에 회부된 칩 프레데릭 중사는 “우리는 아무런 훈련도 받지 못했으며 상관들에게 법이나 규정을 물어봤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군당국은 교도소장인 재니스 카핀스키 준장을 비롯해 7명의 장교도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