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의 별에게
- 김은자
근심하지 말라
이렇게 깨어 있으니
근심으로 잠들 수 없으니
나뭇잎들이
그 이름 없는 것들조차
돋은 자리에서 떨어져
바람 안에 안길 때까지는
반짝이는 일만으로 세상의
구름 안에 반짝이므로,
나의 이마 위에 언제나
더운 피 한 방울
아침에 새로 돋는 이슬 안에
너의 꿈이 편안하기까지는,
나의 별이여
나는 근심할지라도
너는 말라
너의 빛 너의 사랑 흐려지므로
- 시집 ‘떠도는 숨결’(나남) 중에서
그러고 보니 새하얀 목련이 사흘 뒤 저 아래 진흙 위로 떨어질 것이 두려워 함박웃음을 잃은 적이 있던가. 낙화암 진달래들은 매년 강물 위로 몸을 던져도 올봄 또다시 연분홍 단장을 하지 않던가.
입시생은 시험 걱정, 주부는 살림 걱정, 가장은 벌이 걱정, 노처녀 노총각은 시집 장가 걱정. 지나가는 사람 백을 잡고 물으면 내겐 근심 걱정 없다며 꽃처럼 환하게 대답할 이 몇이나 될까. 걱정이 있으니 대비도 있고, 걱정이 있으니 성취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는 아직 닥치지 않은 걱정에 현재를 소모하거나 필요 없는 걱정까지 쌓아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미국 성 마리아 대학의 학교장인 수녀 캐럴 자코스키는 ‘죽기 전에 들려주고 싶은 마지막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다.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라.’
우리는 모두 맨몸으로 왔으니 온 세상이 통째로 선물이 아닌가. 선물도 마냥 지고 다니면 짐이 된다. 그때그때 풀어보고 행복해 하자.
반칠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