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자료사진
‘방화범’인가, ‘소방수’인가?
‘야생마’ 이상훈(33·SK·사진)이 곤혹스럽다. 30일 현재 10경기에 나와 1세이브 3패. 평균 자책은 무려 7.71로 치솟았다.
29일 잠실 LG전에서 3-3으로 팽팽히 맞서던 9회 이상훈이 등판하자 1루 쪽 LG 응원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순철 감독과의 마찰로 SK로 간 이상훈에 대한 야유성 환호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상훈은 볼넷과 2루타 등을 내준 뒤 홍현우에게 끝내기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인천 SK팬들도 화가 났다. 서서히 이상훈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가는 양상이다. 30일 SK 홈페이지에는 이상훈을 두고 ‘6억원짜리 방화범’이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군행이나 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국내 최고의 왼손 마무리로 명성을 날리던 이상훈에겐 치욕적인 일.
이상훈은 지난달 6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3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9일 라이벌 두산전에선 1-1이던 8회 등판해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1실점, 1-2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18일 부산 롯데전에서는 연장 10회 1사 만루에 등판해 끝내기 볼넷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조범현 SK 감독은 “이상훈은 분명히 뭔가 해낼 것”이라며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 6일 한화전에서 패전투수가 됐을 때도 조 감독은 “볼 배합에 작은 문제가 있었다”고 두둔했다.
29일 LG전에서 홍현우에게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그르친 뒤에도 조 감독은 “제구가 조금 안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훈은 과연 좌완투수 최고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이상훈뿐 아니라 SK의 회생 여부까지 걸린 문제다.
전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