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민주정부 구성 및 경제 재건을 목표로 내세운 미국의 대(對)이라크 정책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1일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이라크 주요 전투 종료 선언 1주년을 맞았지만 이라크인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한 미국은 재건은커녕 치안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4월 한 달 미군 사망자는 155명으로 이라크전쟁 발발에서 전쟁 종료 선언까지의 사망자 138명을 뛰어넘어 주요 전투 종료 선언을 무색케 하고 있다.
▽팔루자의 거센 저항=미군은 지난달 29일 팔루자에서 한 달째 저항세력과 대치 중인 미 해병대를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미군 사망자가 갈수록 늘어나자 강경 일변도로는 사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팔루자의 치안을 옛 이라크군을 주축으로 한 ‘팔루자 보호군’에 넘길 계획. 약 1100명으로 구성되는 팔루자 보호군에는 사담 후세인 정권에서 요직을 지낸 장군을 포함해 용병으로 가담했던 전과자, 미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여 온 불만세력까지 포함되어 있다.
결국 치안 역할을 떠넘김으로써 미국 민간인 4명 시신 훼손 사건에 대한 보복에 나섰던 미군은 팔루자 주변만 때리다 사실상 손을 든 셈이 됐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팔루자에서 미군과 함께 전투에 나서기를 꺼렸던 이라크 병사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치안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연합군 내부 균열=미국의 독주를 견제해 온 국제사회의 반발도 이라크 저항세력의 강한 반발과 맞물려 커지고 있다. 연합군 내부에서조차 미군의 팔루자 공습 등 논란을 야기하는 작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영국군 고위 지휘관들이 이라크 주둔 영국군의 병력 증강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미국과 영국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군 지휘관들은 6월 30일로 예정된 이라크 주권 이양 후 영국군에 독자적 지휘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관할지역을 확대하거나 추가 파병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
폴란드도 내년 1월 이라크 총선 후에는 주둔병력을 대폭 감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연합군의 철군 도미노에 뾰족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다. 더구나 독일 프랑스가 최근 병력을 철수시킨 스페인과 ‘3자동맹’을 결성하겠다고 나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되는 모습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