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의 민생투어가 30일에도 계속됐다. 박 대표가 경기 수원시 임마뉴엘전자를 방문해 공장관계자로부터 생산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영수기자
30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선자 연찬회의 마지막날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당의 지도체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남경필(南景弼) 원희룡(元喜龍) 정병국(鄭柄國) 의원 등 소장파와 이재오(李在五)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 3선 그룹은 각각 대표와 원내총무 중심의 투톱 체제와 집단지도체제의 타당성을 주장하며 격돌했다.
또 당의 이념적 정체성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전날까지의 소장파와 강경 보수파간 설전과 달리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확고히 하고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며 부드럽고 유연해지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지도체제=소장파와 개혁 성향의 당선자들은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원내 중심 정당으로의 변화를 주장하며 집단지도체제의 단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남 의원은 “당 대표는 당직자를 통해 정치적인 사안에 대응하고, 정책과 관련된 사안 대부분을 원내총무가 책임지는 투톱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원 의원은 “친소관계에 따라 역할과 기능도 없는 중진 다선이 지도부가 되는 집단적 논의구조는 구시대적”이라며 집단지도체제를 비판했다.
반면 3선 그룹은 박근혜(朴槿惠) 대표 체제의 연착륙과 대권주자 양산을 위한 집단지도체제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홍 의원은 “주류 비주류 구분 없이 박 대표 체제가 안착하게 해줘야 한다. 또 공정한 경쟁체제를 통해 나온 리더 중 대권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집단지도체제가 안 되면 비영남권에서 당의 이미지가 어떻게 비치겠느냐”며 ‘영남권 견제론’을 연결시키기도 했다.
이에 투톱 체제를 지지하고 있는 소장파와 박형준(朴亨埈) 당선자 등 영남권 개혁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모여 매주 수요일마다 모임을 갖고 지도체제 문제 등 당의 진로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또 집단지도체제를 찬성하는 김문수(金文洙) 전재희(全在姬) 의원 등을 비롯한 3선 그룹 10여명도 2일 강화에서 모여 당내외 각종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념적 정체성=박진(朴振) 의원은 “중도보수 노선의 핵심은 자유와 인권이다. 이 두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한나라당은 다시 태어나야 하며 국민들에게도 우리가 왜 보수를 추구하는지 명확하게 이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장파인 정병국 의원은 “우리의 정체성이 명확해져야 ‘실용적 개혁당’이라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열린우리당을 공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당선자들은 보수 개념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보수는 기득권자라는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에 보수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안상수(安商守) 의원과 박찬숙(朴贊淑) 당선자 등은 새로운 정체성의 정립을 위해 ‘선진개혁당’ ‘민주개혁당’ ‘21세기선진당’ ‘선진한국당’ 등으로의 당명 개정을 포함한 재창당 절차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