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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기의 눈높이 육아]엄마의 불안감은 아이를 공격적으로…

입력 | 2004-05-02 17:30:00


이제 네 살인 석이는 매우 공격적이다. 놀이터에서 친구를 밀쳐 넘어뜨리고 모래를 뿌려 울리고, 뜻도 모르면서 섬뜩한 욕을 입에 달고 다닌다. 첫 유치원에서 문제를 일으켜 다른 곳으로 옮긴 석이는 그곳에서도 돌을 던져 친구 이마에 피가 나게 만들어 쫓겨났다.

석이의 부모는 멀쩡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공격적인 아이들 뒤에는 아이를 학대하거나 심한 체벌을 하는 부모가 있지만 석이의 부모는 체벌은커녕 오히려 아이에게 끌려 다녔다.

엄마는 석이가 날 때부터 기질적으로 공격적이었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 아이들의 약 5% 정도는 유전적 영향이나 뇌 손상 때문에, 또는 충동을 억제 못 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때문에 기질적으로 심하게 충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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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출생시 500g의 본능 덩어리였던 석이의 뇌는 이제 그 두 배로 자랐다. 본능을 억제하는 친사회적인 뇌가 본능적인 뇌만큼 생겼으니 기질만으로 아이의 공격성을 설명하기는 힘들었다.

그렇다면 출생 후 발달하는, 충동을 조절하고 반응과 계획을 조직하는 안와전두엽이 제 구실을 못하는 까닭은 그 부위의 발달이 태어난 후 겪은 좋지 않은 경험의 방해를 받은 탓일 터였다.

그것은 부모의 감정적이고 일관성 없는 양육 때문에 아이도 감정적인 반응에 길들여진 때문일 수도 있다.

부부 사이가 나쁜 경우 아이가 아빠를 닮아서 성격이 나쁘다고 스트레스를 줘서 아이의 뇌의 분노 센터가 더 활성화된 지도 모른다.

석이의 성장 과정에는 위에 나열한 요소들이 모두 들어 있었다. 걱정이 많은 엄마는 활발한 석이를 키우는 것이 두렵고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일관적인 양육태도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어릴 적 맞으며 자란 엄마는 절대로 아이를 때리지 않았기에 석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잔소리만 키워갔다.

직접적인 학대는 아이의 폭력성을 기른다. 그러나 직접적인 학대 없이도, 엄마의 위협적인 태도나 불안해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며 자라면 아이는 공격적이 된다. 더구나 석이는 늦게 귀가하며 엄마를 전혀 돕지 않는 아빠를 빼다 박아 놓은 듯 닮았던 것이다.

석이의 이런 행동장애는 안정적인 어른과 일관적 관계를 경험하며 정서적으로 편안해지는 놀이치료와 엄마의 분노와 공포로 얼버무려져 있는 과거를 올바로 이해하고 화해하는 엄마의 정신치료, 그리고 문제행동을 통제하는 규칙을 일관적으로 적용시키는 행동치료를 통해 이루어졌다.

정해놓은 몇 가지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말로 짧게 경고하고, 그 다음에는 벌을 세우고, 그래도 안 들으면 매를 드는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훈육방침이었다.

상식적이고, 잘못된 행동에 대한 처벌로 국한되고, 엄마의 감정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지 않은 매는 정서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다.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