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1984년작 ‘캔 무디 앤드 로버트 셔먼’ . 그는 성적 이미지를 통해 시대의 저항과 분노를 표출했다. 사진제공 갤러리 뤼미에르
20세기 걸작 사진들이 선보이는 이색전시회가 열린다. 사진을 변방의 장르에서 당당한 주류 예술장르로 일구는 데 기여한 세계 유명작가 17명의 걸작 23점이다. 사진전문 상업화랑을 표방하며 개관한 서울 청담동 갤러리 뤼미에르가 개관기념전으로 마련한 ‘세계 명작 사진전’은 현대 사진사를 훑는 전시라 할 수 있다.
모두 고전적인 정통 흑백 사진들로 당대를 대표하는 완벽한 사진미학을 보여준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씨(현대사진연구소장)는 “한 시대 사진의 스타일은 사진의 존재방식이자 역사의 존재방식”이라며 “20세기 사진에는 지난 100년 동안 예술로서의 사진과 사진으로서의 예술의 경계점에 서서 부단히 시대 흐름에 연동했던 예술가들의 철학과 고민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독일사진을 대표하는 아우구스트 잔더의 ‘우리 시대의 초상’ 시리즈는 1900∼20년대를 ‘노동과 계급의 시대’로 규정한 명작들이다. 잔더는 이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사진가로 자리잡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 시리즈도 시민사회의 일상을 완벽하게 포착해 낸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 정치와 사상의 시대라 할 수 있는 1940∼60년대의 삶의 뒤안길을 비추는 서정성의 극치를 표현하고 있다. 1960∼80년대 작품인 루스 오르킨의 ‘맨해튼 저지대’, 니콜라스 닉슨의 ‘소도시 풍경’, 매리 앨런 마크의 ‘소수민족 아이들’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의 이면을 투영했던 시대의 걸작들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뤼미에르의 최미리 관장이 지난 1년반 동안 미국 프랑스 독일등을 돌며 아트페어 등을 통해 직접 구매한 소장품들이다. 6월10일까지. 02-517-2134.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