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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정헌관/숲을 살려야 ‘꿈’도 살아난다

입력 | 2004-05-02 18:47:00


사람은 숲에서 태어나 숲에서 열매를 따먹고 옷감을 얻고 사냥을 했으며, 은신처로 삼아 생명을 보호받으면서 살아 왔다. 나무와 숲은 이런 직접적인 것 말고도 맑고 깨끗한 대기를 만들어 지구촌의 모든 생명체가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큰 혜택도 베푼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나무로 집을 짓고 땔감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도구를 만들었으며, 흉년이면 나무뿌리나 껍질을 벗겨 먹으면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역사 문화적으로도 단군신화에 나오는 신단수는 숭배의 대상이었고 마을의 당산목은 토속신앙의 상징이었다. 나무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문학과 예술의 소재였다.

이처럼 나무와 숲이 삶의 원천으로서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것을 얻겠다는 사람들의 좁은 생각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론 제국이나 이집트의 찬란한 문화예술은 좋은 숲이 그 원천이었다. 하지만 숲이 망가짐에 따라 함께 쇠퇴해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급속한 물질문명의 발전과 인구증가는 각종 공해를 유발시킨 것은 물론 숲의 파괴를 가속화해 이제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삭막한 환경 속에서는 건전한 사고와 행동으로 밝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가 힘들다. 삭막한 물질문명의 구속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하고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나무와 숲이 갖는 위대한 힘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울창한 숲을 만들고 가꿔 나가는 것은 비단 우리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줄 가장 값진 유산이기도 하다. 나무와 숲이 우리와 후손에게 생명의 원천이 된다는 인식을 다시 한번 가다듬을 때가 됐다. 그것도 실천적인 의지와 함께. 정헌관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수종연구실장